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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6선 바이든과 대조적
인종차별 반대 시위 정국서
유색인종·여성 등 겨냥 선택

첫 흑인여성 州 법무장관 등
끝없이 ‘美사회 유리천장’ 깨
당내 진보파 포용엔 한계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장고 끝에 오는 11월 대선에 함께 뛸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여성 부통령 후보 지명을 약속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 전역에 퍼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사태 등을 고려, 흑인 여성인 해리스 의원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을 겨냥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리스 의원이 ‘중도파’로 분류되고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내 진보파 달래기나 대선 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우세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남성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오는 11월 대선이 의외로 박빙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부통령 후보 해리스 의원은 누구? =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 흑인 아버지와 타밀족 출신의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흑인이자 아시아계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에게 강고한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끊임없이 부숴 온 인물로 평가된다.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에서 검사로 근무했으며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는데, 미 상원에 입성한 2번째 흑인 여성으로 기록됐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에 지명된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하면 첫 여성 부통령 기록도 세우게 된다. 1982년 민주당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과 2008년 공화당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지만 패배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왜 해리스 의원 택했나 =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해리스 의원은 같은 해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TV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과거 인종 통합 교육을 위한 버스 통합 제도를 반대한 사실을 공격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TV 토론에서 쌓인 앙금을 씻고 해리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것은 흑백·신구·남녀 조합을 통해 고령 백인 남성 조합인 트럼프 대통령-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77세에 상원의원 6선, 부통령 등 50년의 정치경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해리스 의원은 55세에 초선 상원의원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해리스 의원은 자신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특히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공연히 인종차별 언행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선택이다.

◇‘표 확장성’ 떨어지는 게 최대 약점 = 하지만 약점도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도파라는 점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지지한 당내 진보파를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16년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경선에서 패했던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유사 사태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경찰 개혁 목소리를 내며 진보적 색채를 강화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와 법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경찰 총격 문제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 예상보다 흑인 표 결집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셈이다. 서부이자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출신이어서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에서 영향력이 약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