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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녀(1921∼1951)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곱게 핀 접시꽃을 보면 앵둣빛 입술을 가진 어머니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약 70년 전 떠나보낸 어머니, 대여섯 살 때의 기억은 점점 무뎌져 어머니의 모습은 점점 잊히고 이제 제 나이도 70대 후반에 접어드니 그립고 아련한 생각만이 더해집니다.

계절은 가면 곧 다시 돌아오는데 어찌 꽃다운 젊은 나이에 떠난 어머니는 이 아들이 어머니 몫까지 다 살아온 긴 세월 동안 꿈속에서라도 한번 나타나지 않으시는지요. 한창 젊은 30대 초에 몹쓸 병에 걸려 돌아가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때는 무슨 병인지도 몰랐다고들 했지요. 머리가 우수수 빠졌고, 고열도 같이 나는 증상이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장티푸스였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변변한 치료 한번 못 받고 앓으시다가 세상을 떠났으니 원통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자기 몫을 다 살다 가셔도 자식 된 입장에서 서러울 텐데 첫돌 막 지난 갓난아이와 어린 자녀들을 두고 그렇게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세월 가면 잊힐 줄 알았는데 그리움만 사무치고 이제 남은 건 흙무덤 하나뿐…. 그것마저도 없었다면 이 세상엔 어머니란 마음속 세 글자뿐이겠지요.

어머니! 이제 어머니 얼굴도 잘 기억나질 않네요. 이 아들의 기억은 30대 초반의 어머니 모습에 멈춰 있어요. 아름답고, 젊고 예쁜 모습…. 그런 어머니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 그 귀중한 사진을 잃어버린 게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에요. 이사하다 잃어버렸는지, 어디 있는데 못 찾는 건지…. 힘들거나 외로울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곤 하는, 마음의 안식처였는데 말이죠.

어머니! 하늘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30대 초반의 고운 모습일지, 아니면 저처럼 나이 든 모습으로 계시는지 말이죠. 저의 바람은 어머니가 여전히 30대 초반의 모습으로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내 어머니’라고 금방 알아보고 한달음에 달려갈 테니까요.

이제는 은퇴도 했고 옛 고향 집에 자주 가 어머니 무덤가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는, 기나긴 봄날 할머니 품에서 놀다 해 질 무렵에 ‘어머니는 어딜 갔기에 여태 안 오느냐’고 할머니께 물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그 당시 할머니께선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리운 어머니, 보고픈 어머니! 이제는 꿈속에서라도 자주 저를 찾아주세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어머니 얼굴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도록…. 건강하시고 하늘에서 아버지와 잘 지내고 계세요.

아들 전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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