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밝힌’ 경찰청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권 강화·국가수사본부 출범과 국가정보원의 대공업무 이관 등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경찰의 본산인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 30일 저녁 불이 밝혀져 있다. 뉴시스

검경수사권 조정안 문제점

수사권·정보력 최고권한 불구
임명권자 대통령에 좌우 우려
靑 직간접 영향력 행사 전례도
수사독립성 확보방안 언급없어

당·정·청이 확정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안에 따라 경찰이 ‘공룡’에 비유될 정도의 역대 최고 권한을 갖게 됐지만 정작 비대해진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견제수단’이 없다는 평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사권과 정보력이 한 손에 쥐어진 경찰이 대통령 1인 권력에 좌지우지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면서 부작용이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걸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나섰지만 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새로 출범하는 국가수사본부의 지역조직으로 가칭 지방국가수사본부를 두는 것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직이 대검찰청을 정점으로 지방검찰청이 존재하는 것처럼 경찰 역시 경찰청 내 청사에 국가수사본부를 두고 각 지역의 수사를 종합하고, 밑으로 ‘서울지방국가수사본부’ 같은 사실상 별도의 외청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경찰청 2부장을 중심으로 지역 수사 상황을 종합하려던 기존 계획과 달리 지방국가수사본부장이 새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 수사 본부장에 대한 임명 권한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정·청 개편안에 따라 경찰이 자치 경찰 역시 국가직으로 두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어 경찰청장이 인사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일단 지방국가수사본부는 기존 지방경찰청 건물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가 일사불란한 조직으로 편성될 경우 통제수단이 사실상 없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청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만큼 1인의 명령에 좌지우지되는 수사조직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사무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지만, 역대 정부를 보면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 등을 통해 청와대는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따라 대통령 1인 권력을 정점으로 하는 수사경찰 조직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전날 당·정·청 개편안에 대해 “수사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정·청의 권력기관 개편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앞으로 △수사 경찰 △국가 경찰 △자치 경찰의 세 부분으로 분리된다. 형사·수사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신설), 외사·보안·정보 등 국가 사무는 경찰청장, 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 자치 사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경찰위원회(신설)가 지휘·감독을 맡게 됐다.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기존 검찰이 가지고 있던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은 전날 당·정·청이 발표한 개편안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되면서 이외의 범죄에 대해 향후 수사 자율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5급 이하 공무원, 3000만 원 미만 뇌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기준 5억 원 미만 공직자 범죄 등에 대한 수사 역시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찰은 당·정·청 개편안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핵심 기능인 대공수사권도 부여받게 됐다. 이에 따라 그간 경찰과 국정원, 국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상호 감시로 유지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대공·방첩 정보를 사실상 경찰이 독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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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휘관 표장을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