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세정책 문제점’토론회
“거래세 중과로 매물잠김 심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실수요에 의한 가격변동을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고, 허수아비와 싸우는 데 정책 역량을 소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동근(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30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부동산 투기세력이라는 ‘허수아비’와 싸우면서 정책 역량을 소진했기 때문”이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을 많이 가진 다(多)주택자, 집을 한 채 가진 1주택자,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 정부 조세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아파트 값은 모든 정권에서 오른 것이 아니라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아파트 가격이 52.7%나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 부동산 값을 끌어올렸다’고 인식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편 것이 아니라 오기의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문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이라는 허수아비와 싸우면서 2019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 배율이 2.64배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시중 유동성(돈) 공급 과잉을 들고 있지만, 시중 유동성을 푼 것은 바로 문재인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조·반(反)기업·반시장’ 사고와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특목고와 자사고 백지화로 인한 서울 강남 집중 유발, 임대주택등록제도 폐지 등이 거론됐다. 조 교수는 이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모두 중과해 퇴로를 차단한 것”이라며 “과세의 목적이 ‘주택 가격 안정화’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세수 증대’에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고, 거래가 안 되면 세금도 못 걷고, ‘매물 잠김’ 현상만 심화된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미국의 독립전쟁을 촉발시킨 ‘보스턴 차 사건’을 언급하며 “정책 실패로 오른 집값에 대해 보유세를 더 부담하라는 주문은 부당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세율 정상화와 주택정책 거버넌스의 재정비 등을 주장하며 “어떤 경우에도 반시장적 반헌법적인 정책이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