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비리수사 다신 못볼것”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30일 검찰의 일차적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분야 범죄로 한정하는 등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대형 권력 비리 수사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장악’을 위한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령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9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 인사 및 대검찰청 직제 개편도 함께 맞물려 단행될 예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당·정·청 협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후속 조치는 그동안 검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과도한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는 등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4급 이상 공직자’ ‘부패범죄에서 3000만 원 이상 뇌물죄’ 등 범죄 분야에 따라 제한하는 방향으로 단행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국은 권력 수사를 해온 검찰의 손발을 자르는 데 그친 ‘개악’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검은 “직접 수사는 줄이는 것이 맞지만 특정 범죄 분야로 검찰 수사 범위를 한정시킨다면 비대해진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견제가 곤란해진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여기에 추 장관조차 당초 “검찰의 수사 범위를 선을 긋듯 제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 같은 입장에 동조했으나 결과적으로 청와대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잠정안에서 논란이 됐던 ‘검찰이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최종 조율 단계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손발이 사실상 묶인 검찰 수사권의 공백은 연내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메꾸게 됐다. 특히 검찰은 공수처장 및 코드인사가 공수처를 장악해 정권의 비리 의혹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경우, 국가의 부패 대응 역량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정치적 사건’을 ‘정치적 기관’이 맡게 됐다”면서 “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결국엔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