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자녀 이중국적 논란에 9일만에 하차
조국, 본인·가족 의혹 불거지자 35일만에 퇴진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현직인 추미애 장관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67명의 법무부 장관이 배출됐다. 이 중 취임한 지 40일을 넘기지 못한 ‘단명 장관’은 총 6명이다. 단명 장관 중에는 취임사를 잘못 보내 경질됐거나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로 중도 하차하는 등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법무부 장관 중 가장 짧은 기간 장관직을 맡은 인물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안동수 전 장관이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 21일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이틀 뒤인 5월 23일 오전 ‘43시간’ 만에 전격 경질됐다. 당시 안 전 장관은 취임사 초고에서 “위대한 대통령님과 성공한 국민의 정부만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며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님 통치 철학에 따라 대통령님께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충성문건’으로 불린 해당 취임사 초고는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특히 안 전 장관은 당시 해당 취임사 문건을 청와대에 팩스로 보내려다 기자실에 잘못 전송하는 바람에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전 장관도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2월 26일 취임했다가 9일 만인 3월 7일 물러났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 전 장관 딸이 한국에서 거주하며 이중국적을 유지하다 외국인 자격으로 특례입학하고자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김대중 정부 김태정 전 장관과 제2공화국 이병하 전 장관은 보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장관은 1999년 부인이 ‘옷 로비’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자 취임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1961년 이 전 장관은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에 의해 15일 만에 장관직에서 밀려났다. 1982년 정치근 전 장관은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에 따른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33일 만에 경질됐다.

가장 최근에는 조국 전 장관이 35일 14시간 동안 장관으로 재직하다 자진 사퇴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저를 둘러싼 의혹으로 국민께 죄송했지만 맡은 임무를 다하고 물러날 예정이었다”며 “제 역할은 끝났다. 제가 발표한 검찰개혁안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본인 재판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