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市관계자 소환하나… 취재진 대기 20일 오전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최초로 인지하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 등의 소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 성북경찰서 건물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사업소 근무 중 발탁
변호인 “비서 지원한 적 없는데
갑자기 연락 와 면접보고 뽑혀”
市내부 “시보 비서직행 이례적”
선발 배경에 갖가지 의구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피해 여직원이 정식 공무원 임용 전 실습 기간인 ‘시보’ 신분으로 시장 비서실로 발령 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직원이 소위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시 일각에선 시보의 비서실 선발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와 누가 추천했는지, 뽑을 비서를 스크린하는 별도 조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서울시청 인사발령 자료 등에 의하면, 피해 여직원 A 씨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4년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인 ‘지방행정서기보 시보’ 신분으로 서울시 산하 사업소 근무 중에 시장실로 발령이 나 선발 과정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피해 여직원은 서울시 9급 공채로 입사해 사업소에 배치됐다가 비서실로 발령 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보는 공무원 임용 후보자가 정식 공무원이 되기 전에 적격성을 판정받기 위해 일정 기간 거치게 되는 일종의 시험 기간 중의 신분이다. 주로 신규 채용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며, 실습 기간이 끝난 뒤에야 정식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시보 기간은 6개월이다. 시청 내부에서도 이런 인사에 의아함을 나타내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한 간부는 “전화 한 통도 제대로 못 받을 텐데, 시보를 시장실로 발령 내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시보가 시장을 보좌하는 막중한 일을 하는 비서실로 직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보 출신이 시장실로 직행한 전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수 인사과 출신 공무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피해 여직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어느 날 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그날 오후 시장실 면접을 본 뒤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고 4년간 근무했다”며 “(그러나) 그가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시보 여직원이 비서실 근무 자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비서실에서 갓 입사한 산하 사업소 신입 직원을 어떻게 알고 꼭 집어서 비서로 끌어올렸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인사과에서 근무했던 한 간부는 “비서실에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정원도 있어 선발 요청이 오면 전체 직원 명단을 보고 업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원을 복수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피해 여직원의 경우 시보여서 먼저 추천하는 경우가 없다는 앞서 직원들의 설명을 고려하면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당 여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수차례 전보를 요청했음에도 묵살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한 여성 간부는 “격무·기피부서 외에 일반부서도 2년 이상 근무하면 보통 본인의 희망을 반영해 전보 조치하고, 고충을 호소할 경우에는 2년이 되지 않아도 희망에 따라 다른 부서로 발령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시장이 서울시가 외부 사업자와 행사를 진행할 때 업무에 참여한 40대 기혼 여성에게도 자신의 셀프카메라 사진을 전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