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6·25 전쟁영웅’ 고 백선엽 대장의 영결식이 끝난 뒤 정경두(앞줄 가운데) 국방부 장관 등이 운구차량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백선엽 장군 영결식 엄수


“대한민국 창군의 주역…
숭고한 백년의 인생” 애도
軍 관계자·일반 시민 몰려
대전현충원 안장에 반발도

15일 영결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고 백선엽 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하려는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 200여 명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10일 100세 일기로 별세한 백 장군은 국군 역사상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영결식이 시작된 오전 7시 30분, 군악대의 아리랑 연주에 맞춰 영현이 들어서자 영결식장 분위기가 금세 엄숙해졌다. 백 장군의 생전 이력이 소개된 뒤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자 장내에 애통함이 감돌았다. “우리는 적들에게 밀리면서도 ‘뭉쳐서 나가 싸우자’는 한마디에 가족을 두고 전선에 나가 싸우고 또 싸웠다” “나는 한국인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기억함으로써 이 땅의 안보가 더욱 굳건해져 더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의 길이 열릴 것이다” 같은 백 장군의 생전 발언들이 자막으로 화면 사이사이에 담겼다.

장의위원장으로 이날 영결식을 주관한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조사에서 “(고인은) 대한민국 창군의 주역이셨고 육군의 ‘처음’을 여셨다”면서 “어느 한 생의 백 년이 이토록 숭고할 수 있으며, 어느 한 몸의 헌신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고 애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송영근 예비역 중장은 추도사에서 “미군은 이렇게 숭앙하고 있는데 왜 정작 우리는 ‘살아있는 영웅’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가 하는 회한이 컸다”면서 백 장군을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추도사에서 “그는 한국 전쟁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다”며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를 대표해 삼가 조의를 표했다. 존 틸럴리, 월터 샤프, 제임스 서먼, 빈센트 브룩스 등 역대 연합사령관들도 “백 장군의 전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부인 노인숙 여사를 시작으로 주요 참석자들이 헌화 및 분향을 했고 영구차는 안장식이 열리는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탓에 영결식장 출입이 최소한으로 제한되면서 이날 영결식장 밖에도 수많은 시민이 몰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서 참모총장,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입구에서는 그의 국립묘지 안장을 놓고 찬반 단체가 대치했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은 이날 백 장군을 거론하며 “전쟁 영웅을 모실 장소를 두고 다투는 대한민국 현실에 김정은이 비소를 머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법원에 낸 백 장군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금지 신청은 이날 대전지방법원에서 각하됐다.

김유진·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