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서울국제포럼 사무실에서 인터뷰 도중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모순을 역설하며 “하나의 신념이 돼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김 前 장관에게 원자력이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에게 “혹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예스(Yes)’, 즉 “그렇다”였다. 환경부 장관 출신인 동시에 과학계 원로로 원전 정책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궤도수정 가능성에 대해서 “휴∼, 지금 너무 많이 와버렸다.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및 과학기술계 원로 13명과 함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문 대통령에게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추진 재검토 건의문’을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김 전 장관은 “탈원전은 문 대통령에게는 하나의 신념이 돼 버렸다”면서 “다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도 보통사람이 받아들이는 것과 (문 대통령의 그것은) 정도가 다른데,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에너지 안보에서 최고의 위험을 가진 나라로 한반도를 보면 고립된 에너지 섬과 같다”며 “에너지 파이프라인이 없는 한국은 자체적인 에너지 조달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안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수출하고 경제가 번영하기 위해선 에너지 안보 확보 측면에서 원전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 전 장관은 “모든 발전원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을 보라. 한국은 에너지 자원이 아예 전무하다.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발전원이 원자력이다. 원자력 기술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문 대통령에 대해 아쉬움이 섞인 조언도 덧붙였다. “정치인은 ‘막상 해보니까 아니더라’는 말을 못하는데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라면서 “100% 좋거나 100% 나쁜 것은 없다. 그때그때 절묘한 선택을 하고, 합의를 도출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