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개한 재산내역 기준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주택을 소유한 고위공직자들에게 조속한 주택 매각을 지시하면서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각 부처 장차관급 공직자들은 주택 매각 압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처분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인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 관보에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18개 부처 40명의 장차관 중 장관 8명, 차관 6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해당한다.

재산공개 관보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주택자다. 강 장관은 서울 관악구에 다세대주택과 종로구에 오피스텔, 서대문구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박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에 단독주택, 종로구에 아파트, 일본 도쿄(東京)에 아파트를 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 중이다. 차관 중에서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 1채와 청주시 흥덕구에 단독주택 2채를 포함해 3주택자이며, 김용범 기재부 차관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 정병선 과기부 차관, 윤종인 행안부 차관 등은 2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재산공개를 하지 않는 2급 상당의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다주택자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정 총리가 지시한 주택 매각 대상 범위를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고위공직자 주택 처분 지시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한 부동산 추가대책을 7월 임시국회 내 발표할 예정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