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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존슨 총리

세계 정상 중에선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린다. 지난해 7월 총리로 선출됐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영국의 트럼프가 총리가 됐다”면서 붙여준 별명이다. 금발 머리에 풍채가 좋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편다는 점까지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완수 절차와 관련, “이 나라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임하겠다”고 외쳤던 존슨 총리의 취임 일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돌출적 언행과 기행을 일삼는 그는 극우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도 거론된다. 법인·소득세율을 낮추는 감세 정책을 줄곧 강조해왔던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수립한 첫 예산안에서 2025년까지 6000억 파운드(약 924조 원)를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쏟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유럽에서 급속하게 확산할 당시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마초’ 성향의 그는 확진자들과 거리낌 없이 악수하면서 대인 접촉을 자제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무시했다.

그러다 결국 그 스스로가 확진자가 되면서 전염병에 최초로 감염된 국가수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완치 후 업무에 복귀한 존슨 총리는 전국에 봉쇄령을 발동하는 등 방역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영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 조사에 따르면 존슨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된 3월 말 66%에서 약 석 달 만에 39%로 떨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브렉시트 이행 과정에서 그의 역할을 지지하는 영국인이 여전히 많지만, 코로나19 대응 성과가 향후 총리로서 그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