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다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1당 국회’를 강행하면서 행정부 감시는 언감생심이고, 청와대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행정부와 짬짜미해 ‘세금 퍼먹기’에 나서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35조3000억 원 규모의 올 들어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은 상임위원회의 ‘날림 심사’를 거쳐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삭감은커녕 3조1000억 원을 증액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 숙원사업 예산 수천억 원을 끼워 넣으려고까지 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헌법은 별도 조항까지 두고 있다. 혈세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 효율적으로 쓰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제57조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의 취지는, 증액 대신 감액이 원칙이며, 항목 신설 땐 확고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5명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빚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타당한 지적을 했음에도 3조1000억 원 증액돼 한 때 총 규모가 38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예결위원장은 관내 군 병원 예산을 국방차관에게 부탁했고, 한 소위 위원은 무려 3953억 원의 지역구 예산을 요구했고, 예결위원이 아닌 여당 의원들의 쪽지 민원도 이어졌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없던 일로 되돌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행태는 앞으로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조차 “국회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1당 국회를 강행하면서 ‘더 큰 책임’ 운운했지만 실제론 이런 일탈과 폐해가 하늘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