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수사 개입하는 것”
“尹, 굴하지 말고 임기 지켜야”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계 원로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노골화한 데 대해 “수사지휘가 아닌 위법적인 수사지휘권 강탈”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내부에서 대부분의 검사들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찰총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장에게 특정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한 장관의 지시는 수사지휘가 아닌 수사지휘권 강탈로 명백한 위법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자체도 정치권력이 수사에 관여하게 되는 꼴로 정치권이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행정부에 소속돼 있지만, 수사라는 건 행정 작용이 아닌 사법 작용으로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수사에도 외압이나 장관의 수사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에 있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조항은 개입을 최소화하란 의미지 현실적으로 발동하란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독립성 유지를 위해 법이 정한 임기를 완주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그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굴하지 않고 삼권분립에 따라 검찰청법이 보장하고 있는 2년 임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장의 거취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권분립과 민주주의의 가치 그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일이라면서 이를 흔들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검찰청장을 지낸 한 관계자도 “윤 총장을 흠집내거나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삼권을 다 장악하고 본인들을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자신들의 맘대로 안되니 순치에 나선 것으로 윤 총장뿐 아니라 권력 수사를 하는 제2, 제3의 윤석열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내부에서도 윤 총장이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검 내부 관계자는 “첫 사례였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당시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사표를 던졌지만, 그때와 달리 윤 총장은 이를 자신의 거취와 연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지·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