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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란(1931~ 2013)

살면서 그리운 사람이 많이 있지만, 나에게 유난히 더 생각나는 분은 7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다. 어릴 적 기억에도 유별나셨던 아버지의 거친 말을 말없이 웃으며 다 받아 주시면서 6남매를 키우신 어머니.

아버지는 기관지가 좋지 않아 새벽에 기침을 심하게 하셨고, 말년에는 폐렴까지 겹쳐 병원 신세도 많이 지셨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10여 년간 병수발하시며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셨다. 보살(菩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기 이익은 챙기지 않고 항상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웃으면서 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6남매 중 다섯째인 나는 어릴 때부터 반찬 투정이 심했고 밥도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약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위해 다른 형제들 몰래 도시락에 ‘계란 프라이’를 특별히 챙겨 주시는 등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세상의 어머니 중에 현모양처(賢母良妻)라고 불리는 분이 많이 계시는데, 나는 성인이 되면서 우리 어머니야말로 현모양처의 전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어머니는 말년에 계단을 내려오시다가 삐끗해 다리를 다친 후에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고생을 많이 하시다가 운명하셨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전체가 굶주렸던 시절의 보릿고개 때는 자식들을 챙기느라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어머니는 묵묵히 6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조금도 쉴 틈이 없으셨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전화라도 한 번 더하고 했으면 하고 후회도 하지만, 우리는 항상 지난 뒤에 후회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성년을 훌쩍 넘은 자식들을 둔 부모 입장이 돼 생일이나 어버이날에 은근히 자식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 되니 나도 필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한 번 나를 낳아주시고 고생하며 키워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리운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요즘에는 다음 세대를 이어 나가는 자식들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립습니다. 어머니!

아들 이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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