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속출한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의심되는 환자가 14명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보건당국은 25일 오후 현재 안산시 상록구 A 유치원에서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모두 22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A 유치원 원아로 알려졌다. 입원 환자 중 14명은 HUS 의심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5명은 신장 기능 등이 나빠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식중독 사고로 입원한 환자는 당초 31명이었으나, 증세가 일부 호전된 9명이 퇴원했다. 입원 환자 외에 A 유치원 원장 등 6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으로 인해 외래 진료를 받았다.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시 설사, 복통, 발열 등 증세가 나타난다.

HUS는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에게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햄버거병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유치원에서 집단 설사 등의 식중독 사고가 최초 보고된 것은 지난 16일이지만, 실제 환자는 이보다 나흘 전인 12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A 유치원 원아 1명이 금요일이던 지난 12일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으며, 주말인 13∼14일에는 다수의 원아가 비슷한 증세를 겪다가 15일 출석하지 못한 채 보건소 등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A 유치원에서는 100명의 식중독 유증상자가 발생했다. 증상이 나타난 이들 대부분은 A 유치원 원아들로,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은 원아 184명과 교직원 18명 등 202명의 검체를 채취해 전수조사했다. 가족 58명과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 3명 등 84명의 관련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이고 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보관해야 할 음식 6건이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음식물은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조림(11일 점심), 찐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다.

보건당국은 A 유치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추가로 적발되는 위법사항에 대해 고발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A 유치원의 사안이 시급하다고 판단, 질병관리본부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역학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 상록구 B 유치원에서도 원아 8명과 교사 1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을 보여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B 유치원에서는 지난 22일 첫 유증상자가 발생해 이날까지 증상을 호소하는 원아와 교사가 차례로 늘어났다. B 유치원에는 167명의 원아가 재원 중이며 교직원 등 28명이 근무 중이다.

안산=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