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25일 오전, 6·25전쟁 납북 피해자 후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낙중 기자

■ 6·25 70주년 <下> - 납북피해자 후손 손배소송

- 소장 등 통해본 납북 피해 실상

납북피해 진상조사보고서 토대
대남선전·인적자원 확보 위해
정치·경제·사회계 인사 포섭
1950년이후 9만4121명 납북
납북자들 탄광 등서 강제노동

25일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납북 피해자 후손들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국가 유공자를 기리는 ‘보훈(報勳)’을 소홀히 하고 남북 관계에서 유화정책으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 참가자는 국어·역사학자로서 4대 국경일 노래 작사자인 위당 정인보 선생의 자녀들과 손자,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사건을 보도한 이길용 동아일보 기자 등 10명의 납북 피해자 유족들 13명이다. 후손들은 총 3억4181만8000원을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제시했다. 정인보 선생의 손자인 정진양 씨는 1000만 원, 철도기관사 이남운 씨의 조카 이동진 씨는 181만8000원 등을 청구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당 3000만 원씩을 요구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강제 납북 피해자들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피해자들의 직계비속 또는 친척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한 원고들의 알 권리와 가족권이 침해됐다”며 “향후 원고들의 상속 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추가로 청구를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송단은 정부가 지난 2017년 4월 작성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피해자들의 납북경위를 설명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은 대남 선전과 인적 자원 확보를 위해 남측 정치, 경제, 사회계 주요 인사들을 포섭하기로 하고 1950년 7월부터 납치 행위를 시작했으며 납북자는 총 9만4121명에 달한다.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국내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 북한에 붙잡혀 강제노역을 하다 탈북한 국군포로 2명이 2016년 10월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1억 68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한 채 1953년 9월부터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소속돼 약 33개월 동안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7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진행될 납북 피해자 손배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지난 2018년 미국에서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측이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약 5억 달러(약 55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