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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아직 자녀가 없는 결혼 2년 차 부부입니다. 남편은 부부싸움을 하면 중간에 먼저 일어납니다. 저는 끝을 맺자고 해도 입을 닫아버립니다. 이후로는 저를 모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2주 동안 말을 안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무것도 못할 만큼 힘이 듭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고 하고 기분을 풀어줍니다. 그러나 제 속은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이러다 정말 화병에 걸릴 것 같습니다.

▶▶ 솔루션
A. 침묵이 분노·악화 막는 수단일 수도… 참고 기다려주길

이미지 크게보기 문요한 정신과 의사

부부 갈등을 풀고 싶은데 자꾸 말문을 닫는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침묵 또한 소리 없는 대화입니다. 단지 나를 무시한다고 결론짓기보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갈등 상황에서 침묵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항의입니다. 화가 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일종의 수동적 공격입니다. 둘째, 단절입니다. 감정이 상해서 지금은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도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정리입니다. 소모적인 다툼보다 각자 차분히 생각 좀 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보호입니다. 더 말다툼이 이어지면 자신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입을 닫고 참는 것입니다. 더 자극할 필요가 없겠지요. 대부분 이 중 하나가 아니라 여러 의미가 얽혀 있습니다.

남편은 어떨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말하지 않는 배우자와 한집에 산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힘들겠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렇게 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침묵을 풀어주려고 애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관계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상대를 바꾸려고 할 때 일어납니다. 부인이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남편은 침묵을 원할 뿐입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잠시 그렇게 두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약화해 다시 연결의 욕구가 커집니다. 그에 비해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이야기하자고 하거나 때 이른 사과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침묵을 더욱 악화시킬 따름입니다.

둘째, 기다리기 힘들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짧고 명료하게 전달해 보세요. 남편은 자기감정에 빠져 있느라 자신의 침묵이 상대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인의 힘든 점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침묵을 풀어야 할 책임이 바로 남편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침묵하면 아무것도 못할 만큼 너무 힘들어. 당신이 말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고 기다려 보세요. 이제 공을 넘겨줬으니 남편이 반응할 차례입니다. 원하는 것을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갈등을 풀어가는 가장 성숙한 태도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