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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교수·노동경제학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의당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대표를 포함한 책임자와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기업살인법’이라고도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에서 사망자 발생 시 위해·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를 5억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조항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예전보다 강화한 ‘김용균법’이 연초부터 시행됐지만 산재 사망자는 더 늘었다. 또, 지난 4월 말 38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이천화재도 무리한 공기(工期) 단축으로 인한 과다 인원 투입, 안전시설 미비 등 인재라는 경찰의 수사 중간발표도 있었다. 그래서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고 판단했는지 이번 정의당 법안은 지난 국회 때 발의됐던 ‘노회찬법’보다 처벌 조항이 더 강력하다.

이천화재 발생 후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법원의 양형위원장을 방문해 중대 산재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김용균법의 “법 내용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처벌이 약해 사업주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산재 사망자가 줄지 않는 것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탓으로 돌린 것이다.

건설 분야에서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이 발생하는데, 지난 18일 정부는 공사기간을 임의로 줄이면 사업주를 처벌하고 기업주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현장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구조적인 개선을 하지 않은 채 처벌 위주의 감독과 단속에 의존하는 규제적 방식으로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대재해 발생은 재해 관리비용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였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는 전년에 비해 17명이나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번 이천화재에서 사망자가 많았던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로 매년 평균 20여 명이 목숨을 잃는데도 여전히 건설에 사용되고 있다. 저렴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단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지시 사항 등으로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공공분야 발주 건설 현장의 사례도 중대재해 발생은 상당 부분 재해 관리비용의 문제임을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원·하청 구조를 가진 일본의 건설 분야는 경제 규모가 4배 가까이 크지만 사망자 수는 절반 수준이고, 종사자 대비 사망자 비율도 우리와 격차가 커지고 있다. 처벌보다는 시스템적 접근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에 대한 법적 처벌이 우리보다 약한 일본의 건설 분야 사망자가 적은 것은, 법적 의무사항을 준수할 경우 (현장 책임자 제외) 형사처벌도 면하지만, 민사소송에서 법에 정한 의무와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는 안전관리가 충분했다고 인정받지 못하므로 사업주 스스로 법에 정한 이상의 재해예방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산재 은폐에 대해선 엄격하게 처벌하고 원청 사업주가 하도급 견적서에 원·하청 간의 안전관리부담 비용을 구분해 제시하도록 의무화한 것도 일본 제도의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에는, 산재에 대해 사업주는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현행 김용균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론에 편승해 반짝 효과를 기대하고 산재 사고에 대해 사업주를 무리하게 처벌하려고 하기보다는,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 고치는 제도적 개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