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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32)·한결(여·34) 부부

지난해 9월 사내 연애로 결혼했습니다. 2018년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매일 아침 제(한결) 책상 위에 따뜻한 두유가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거른 채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고 누군가 올려놓은 것이었지요. 예쁜 꽃이 함께 있을 때도 있었어요.

짐작은 갔습니다. 저보다 사무실에 일찍 나오는 사람은 남편 영수 씨가 유일했거든요. 그가 회식 자리에서 보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영수 씨이길 바랐습니다. 때마침 두유와 함께 책상 위에 손편지가 놓여 있었어요. 누가 볼까 조심조심 열었던 그 손편지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그였습니다.

저 역시 입사 초부터 영수 씨에게 눈길이 갔어요. 입사 첫날, 하필 회사 대청소 날이었는데요. 영수 씨는 모두가 열기를 꺼리는 냉장고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배달 음식이나 곰팡이 핀 빵을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담았어요. 저는 그때부터 영수 씨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요.

모두가 떠들썩한 회식 장소 한쪽 구석에서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에게 껌을 사는 모습, 또 추운 날씨 탓에 빠르게 걸으면서도 누군가 전단을 한 아름 들고 언 손으로 건네면 꼭 받아주는 모습도 모두 영수 씨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내 연애 끝에 저희는 경기 양평군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 10대 교회로 꼽힌 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야외 결혼이라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날씨도 좋았고 주변 환경이 푸릇푸릇해서 동화 같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결혼식에 왔던 분들이 ‘나도 이렇게 결혼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고요. 하하. 이제 시작된 푸릇푸릇한 저희의 결혼 생활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