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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법사위원장’ 만든 김덕룡

“야당은 체계·자구심사권으로
국회 일정 지연시키지 말아야”

“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체계·자구심사권으로 국회 일정이 볼모로 잡혀선 안 됩니다.”

17대 국회 때 ‘야당 법사위원장’ 관행을 만든 김덕룡(사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법사위 쟁탈전’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과반 여당이 합리적으로 협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겠다면, 야당으로서 불안하지 않겠나”라며 “법사위를 통해 문을 좀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서 반 이상(152석)을 얻은 열린우리당과 협의 끝에 법사위원장을 획득, 이를 ‘야당 몫’으로 공고화한 인물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한나라당은 법사위, 교육위원회 등 8개 위원장을 가져왔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몰고 갈 거란 두려움이 있으니,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본령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위기 상황인 만큼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싸움의 정치’를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에 대해서는 “필요하나, 이 권한을 빌미로 국회 일정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법사위 역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법률이 제대로 균형 잡혔는지, 상호 법률 간 충돌되지 않는지 보기 위해선 해당 권한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국회 일정을 지연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면 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제위와 사법위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너무 구차하고, 인위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