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심리학자이지만, 혹자는 프로파일러(profil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역할은 언뜻 들으면 비슷한 영역의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범죄 현장을 실사하느냐 하지 않느냐 등에 따라 의미와 역할에 차이가 있다.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는 모두 강력범죄를 다루고 예방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는 주로 범죄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기 때문에 실제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에 역할을 한다. 프로파일러의 사전적 의미는 ‘범죄심리분석 수사관’으로 경찰 내 과학수사계 등에 소속돼 활동한다. 프로파일러는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살인사건 등에 투입돼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에 기반해 정보를 수집하고 범인의 심리나 범행수법, 행동 유형 등을 심리학과 행동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반면 범죄심리학자는 기본적으로 대학이나 범죄 관련 연구기관에서의 연구자 또는 학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점적이다. 물론 수사 단계에서 실무자들에게 자문한다거나 재판에 참여해 배심원들에게 범죄자인 피고인의 심리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파일러만큼 직접 범죄 현장을 누비지는 않는다. 범죄심리학자는 범죄자의 의도나 생각 등을 통해 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 등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이론가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토대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최소화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한다.

이 교수 외에도 국내에서는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과학수사학과 겸임교수 등 다양한 프로파일러 또는 범죄심리학자들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범죄심리분석가로서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의 경계에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