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손도 못댄 사안
표현의 자유 등 둘러싸고
남남갈등 재연될 우려까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남측을 향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가 곧바로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을 놓고 ‘대북 저자세’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표현의 자유가 얽혀 역대 정부 모두 손을 대지 못한 문제인데 이날 통일부가 즉각 조치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즉각 대북전단 살포를 제약하는 법 제정 등 조치를 취할 의사를 밝히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전단 살포 중단을 위해 법률 정비 등 제도적 개선을 준비 중”이라면서 “법률안의 형태에 대해서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낸 담화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법 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여 대변인은 오는 25일 시민 단체가 또 한 차례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한 상황과 관련해선 “6월에 동 단체의 계획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이날 우리 정부에 구체적으로 대북 전단지 살포를 막을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정부가 즉각 반응한 것을 두고 대북 저자세 지적이 제기된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 필요 속에도 그간 표현의 자유 문제 등과 얽히면서 역대 정부의 ‘딜레마’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전단 살포 행위 단속·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려워 논란이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업 자제 명령처럼 사회안전 관련법을 통해 전단 살포를 자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조치를 하더라도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후 이 문제가 남남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