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권 “기념집회 강행”
강경진압땐 美도 조치 우려

“中, 남중국해에 ADIZ 검토”

중국이 지난달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 표결을 강행하자 미국이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특별지위 박탈 착수 카드를 꺼내면서 홍콩 이슈가 미·중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홍콩의 야당과 범민주진영이 오는 4일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31주년 기념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경찰은 이를 강력히 진압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 간 유혈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 홍콩 시위 사태가 악화할 경우 미국이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가속할 수 있어 이번 기념집회가 홍콩 보안법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진영은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도 집회를 어떤 방식으로든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척얀(李卓人)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 주석은 “만일 경찰이 추모 집회를 허락하지 않아도 4일 밤 8시부터 30분간 온라인을 포함해 모든 이가 있는 곳에서 촛불을 켜고 침묵을 지키는 추도 의식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톈안먼 희생자 추모 집회를 계기로 강력한 홍콩 보안법 제정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수많은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전 세계에 ‘항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정치 집회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어 집회를 강행할 경우 강경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유혈 사태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할 경우 보안법 제정에 따른 홍콩의 자치권 상실을 이유로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한 미국이 중국에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이 맞보복 조치에 나서면 홍콩 사태로 미·중 갈등이 폭발할 개연성도 높다. 외신들은 이번 홍콩 사태가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실제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라는 ‘핵 옵션’을 꺼내면 홍콩에 미칠 부정적 여파와 함께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을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중국군은 10여 년 전부터 남중국해에 ADIZ를 선포하는 방안을 준비해왔고, 적절한 선포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