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수호’ 명목으로
면책특권 박탈 행정명령에 서명
‘경고’ 붙인 트위터에 보복 성격
“언론 환경에 개입” 비판 커져
10만명 사망엔 “슬픈 이정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표현의 자유 수호”를 명목으로 소셜미디어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게시물에 ‘팩트체크’ 딱지를 붙인 트위터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재선에 유리한 보수적 주장들이 활발하게 오고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기업에 주어졌던 콘텐츠 관련 면책 특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변경하겠다는 의미라고 NYT 등은 설명했다. 행정명령 발동으로 변경된 230조가 적용되면 정부는 소셜미디어 기업에 특정 계정 정지나 게시물 삭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법무부가 관련 후속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감시·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위터는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트위터에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발동이 사실상 자유로운 언론 환경에 대한 또 다른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대우를 받기 위해 소셜미디어 업계를 겁주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트위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조치에도 불구하고 팩트체크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긴 데 대해 하루 만에 뒷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에 대한 비판이 길어지자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방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르는 매우 슬픈 이정표에 다다랐다”면서 뒤늦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도처에서 중국으로부터 온 매우 나쁜 ‘선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좋지 않다!”며 중국 책임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