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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마켓컬리 인사이트’

지난 2015년 5월 21일 한 식품 유통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며 사업을 시작했다. 신선 식품을 매일 새벽 고객의 문 앞에 배달해 주겠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표방했지만, 상품은 17개에 불과했다. ‘망하는 지름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냉소와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창업 5년을 넘긴 현재 이 기업은 연 매출액 4000억 원, 회원 수 500만 명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통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마켓컬리 얘기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발표해 온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마켓컬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마켓컬리 인사이트’(다산북스·사진)가 25일 출간됐다. 김 교수는 책에서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이행하는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는 마켓컬리”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트렌드 선도자(Trend Initiator)’라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업계 최초 ‘주7일 새벽 배송’, 고객에게 도착할 때까지 완전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풀 콜드 체인’, 고객을 대신해 까다롭게 물건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보랭재를 포함한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바꾼 ‘올페이퍼 챌린지’ 등이 그 증거다. 이런 시도는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도 이어졌다.

마켓컬리의 성공 요인에 대한 김 교수의 분석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단지 새벽 배송이라는 아이디어로만 성공한 게 아니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진정성 있는 실행력 △쉼 없는 트렌드 대응 △점진적인 학습 역량 등이 뒷받침됐기에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포스트 코로나’라는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고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마켓컬리의 성공 스토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