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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하얀 쌀밥으로 덮여 있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고 있을 시기인데 다소 뚱딴지같은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어느 때부턴가 가로수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해서 5월만 되면 길가를 온통 쌀밥으로 장식하는 이팝나무 덕이다. 배고픈 시절 최고의 소망이었던 ‘이밥에 고깃국’에는 ‘이밥’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같은 단어다.

그런데 왜 ‘이팝’일까? 과거엔 ‘니밥’이었는데 ‘니’는 벼를 가리키는 말로 ‘끼니’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이 ‘이팝’이 되려면 ‘니’가 아닌 ‘？’이어야 한다. 조팝나무에서도 ‘조밥’이 ‘조팝’으로 나타나는데 ‘조’는 본래 ‘좋’이었으니 이 ‘ㅎ’이 ‘ㅂ’과 만나면 ‘ㅍ’이 될 수 있다. 결국 ‘니’가 본래 ‘？’이었거나 ‘조팝’에 ‘이밥’이 이끌려 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꽃이 걀쭉한 것은 이팝나무이고 동그란 것은 조팝나무다. 흰색의 꽃이 소복하게 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밥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늘 배가 고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쌀밥을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며느리밥풀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전자가 맞을 듯하다. 분홍색 꽃잎에 흰 밥풀이 두 개 붙어 있는 꽃에 왜 굳이 ‘며느리’를 가져다 붙였을까? 며느리가 밥을 지은 후 혼자 먹으려 몰래 붙여놨을 것이라는 시어머니의 상상력이 작용한 까닭이다.

늘 허기진 시절 한 알의 밥알도 아쉬운데 두 알이나 몰래 붙여놨으니 분노할 만도 하다. 그런 며느리에 대한 미움은 ‘며느리밑씻개’에도 배어 있다. 잎과 줄기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촘촘히 돋아 있어 손만 대도 살점을 뜯기기 십상인데 그것으로 밑을 닦으라니. 모두 쌀이 귀해 배를 곯던 시절의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들어온 이 꽃잎이 밥으로 바뀌어 배로 가는 대신 탐스럽고 상큼한 꽃으로 기억에 남을 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