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장 400㎞의 걷기 길인 바우길의 첫 번째 코스 ‘선자령 풍차길’을 한 여행자가 반려견과 함께 걷고 있다. 초지의 목장길 구간이 이어지다가 길은 빽빽한 잣나무 군락 속으로 들어간다.

■ 반려견과 가기 좋은 코스

한탄강 8경 꼽히는 ‘구라이길’
킹덤·추노 등 촬영지로도 유명

청량함 일품인 ‘선자령 풍차길’
산·바다·바람 모두 만끽 가능

호젓한 섬여행 ‘석모도 해안길’
화성 ‘공룡알 탐방로’도 매력적

한국관광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4개월 동안 중단했던 ‘걷기 여행길’ 추천을 이달부터 시작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고강도의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5월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반려견과 동반해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쉽고 편안한 길을 택했다. 추천한 5개의 길 중에서 강릉의 바우길과 인천의 강화나들길의 코스가 좀 긴 편이지만, 나머지 3개 코스는 4㎞ 이하의 짧은 길이다. 1.5㎞ 거리의 코스도 있다. 반려견과 동반해 걷기여행을 한다면 목줄과 배변봉투는 필수. 반려견에게 줄 먹거리와 물도 별도로 챙겨야 한다.

# 현무암 협곡의 절경을 걷다… 한탄강 ‘구라이길’

경기 포천에 위치한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번잡스러운 도심을 벗어나,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걸으며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주상절리길은 총 4개 코스인데 그중 첫 번째 코스인 ‘구라이길’을 추천했다. 코스가 길지 않은 데다 풍경도 다채로워 반려견과 함께 걷기 좋다는 게 추천 이유다. 구라이길이란 구라이골에서 따온 이름인데, 구라이골은 창수면 운산리에 있는 한탄강 유역의 협곡 지대 지명이다. 현무암 침식지형으로 40m 길이의 주상절리 협곡이 발달해 한탄강 8경 중 제7경으로 꼽힌다. 본래 ‘굴바위’라고 불렀는데 이게 굴아위로, 그리고 구라이로 변음됐다. 조용하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운산리 자연생태공원을 둘러본 후,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잘 정돈된 덱과 멍석길이 자연 속으로 자연스레 안내한다.

구라이길의 출발지점이자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곳은 천연기념물 제537호인 비둘기낭 폭포. 비밀스러운 느낌의 독특한 지형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런 분위기 덕에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을 비롯,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영화 ‘최종병기 활’ ‘늑대소년’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 1억 년 전 공룡알을 보다…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는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가 있다. 공룡알 화석산지 일대는 약 1억 년 전 백악기 공룡 집단 서식지였던 곳으로, 1999년 공룡알 화석이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2개 지점에서 30여 개의 알 둥지와 200여 개의 알 화석이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공룡알 화석산지여서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됐다. 공룡알 화석을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일대의 지형과 식생이 이국적이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지대를 닮아 ‘한국의 세렝게티’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매력 덕분에 다큐멘터리 ‘공룡의 땅’을 비롯해 TV 드라마 ‘무사 백동수’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편도 1.5㎞ 코스로, 간 길을 되짚어 돌아나와야 하니 도합 3㎞를 걸어야 한다. 덱을 놓은 길이 평탄해서 유모차도 드나들 수 있고, 반려견과의 동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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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차 돌아가는 능선을 걷다… 선자령 풍차길

강원 강릉에서 가장 이름난 걷기 길은 산과 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바우길’이다. 바우길은 백두대간의 첩첩산중을 비롯해 경포대와 정동진 등의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유장한 자연의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이다. 전장 400㎞에 달하는 바우길은 강릉바우길 17개 구간과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 바우길, 계곡바우길 그리고 아리바우길로 이루어져 있다.

강릉바우길 첫 번째 코스는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선자령은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능선을 따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선자령 풍차길은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으로 회귀한다. 길의 출발 지점인 옛 대관령휴게소는 해발 고도 840m이고, 반환점인 선자령은 해발 1157m다. 300m 정도의 고도차가 있긴 하지만 자그마치 6㎞에 걸쳐 조금씩 고도를 높이거나 낮춰 경사가 부드럽다. 왕복하는 코스라 전체 코스의 거리는 12㎞다. 쉬엄쉬엄 걷는다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선자령 풍차길은 ‘치유의 길’이라고도 불릴 만큼 청량하다.

# 바다, 산, 그리고 길… 석모도 상주해안길

강화도에서 석모대교를 건너 닿을 수 있는 섬, 석모도. 석모도의 동북쪽 해안과 상주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이어붙인 걷기 길이 ‘석모도 상주해안길’이다. 산과 들을 거쳐 바다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풍경을 즐기며 반려견과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가벼운 도보여행 코스다. 석모도는 다리가 놓인 후 접근성이 좋아져 나들이 삼아 반려견과 함께 호젓한 섬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동촌에서 출발해 석모나루를 지나 상주산을 둘러보는 오솔길이 10㎞에 걸쳐 이어진다. 해안 제방길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고, 상주산 일대에서는 녹색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외포리에서 석모도까지 여객선이 다닐 때부터 이름났던 괭이갈매기와 16만5000㎡(5만여 평)에 달하는 무인도 섬돌모루 등의 경관을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