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계 떠났지만 여전히 관심”

“헝그리 정신 이젠 안 통해
유망주 키울 토대 만들어야”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가 유도계와 인연을 끊은 지 벌써 24년이 지났다. 그는 유도인 이전에 스포츠인이다. 스포츠와의 인연은 끊을 수 없다. 축구, 골프를 즐기면서 20대 못지않은 체격조건,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회장 박노준) 부회장을 2011년 출범 때부터 맡고 있다. 국가대표선수회는 대표 출신 스포츠인의 화합, 스포츠인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꾀하고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성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김 교수는 “국가대표선수회는 대표 출신 선수들 대부분이 가입하는 단체로 7000∼8000명이 활동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스포츠 정책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나를 비롯한 선배들은 이미 많은 혜택을 누렸다”며 “자라나는 새싹들,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마련과 우리의 노하우 전수를 위한 재능 기부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제무대를 호령하며 한국 유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 김 교수는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 1984 LA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유도는 올림픽 통산 금메달 11개로 일본(39개)과 프랑스(14개)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최근엔 부진하고,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은 2개와 동 1개에 그쳤다.

김 교수는 “유도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그런데 유도를 포함한 투기 종목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고, 특히 예전보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좋은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엔 다둥이 가정이 무척 적다. 자녀가 1∼2명이기에 운동처럼 힘든 분야를 부모는 꺼린다. 특히 투기 종목은 더하다. 게다가 운동을 그만둔 뒤의 진로는 막혔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일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건 힘들다. 우선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미래 보장이 안 되니 투기 종목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과거엔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고, 어디서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투기 종목이 외면받는 건 다 이유가 있다”면서 “투기 종목 단체는 정부의 지원을 대책 없이 기다리지 말고 정책 마련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퇴한 뒤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뜻. 이렇게 된다면 저변은 자연스레 확대된다. 김 교수는 “아마추어, 비인기 종목은 프로스포츠보다 더 많다”면서 “아마추어, 비인기 종목이 흔들리는 건 국가 체육계에 큰 손실”이라고 밝혔다.

성남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