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종호 논설고문

1968년 미국 영화 ‘졸업’ OST에는 한국 가수들도 번안해 부른 명곡이 수두룩하다. 미국 출신 듀엣인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스카보로의 추억(Scarborough fair)’ ‘침묵의 소리(The sounds of silence)’ ‘로빈슨 부인(Mrs. Robinson)’ ‘4월엔 그녀가 온다(April come She will)’ 등. ‘20세기 최고 듀엣’ ‘환상의 화음’ 등의 찬사를 받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은 이 밖에도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 등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준다.

김용준(36)·김진호(34)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처럼 되고 싶다’는 뜻의 이름으로, 고(故) 채동하와 함께 2004년 결성한 3인 그룹이 SG워너비(wannabe)다. 이석훈(36)이 2008년 합류했다. 이들은 그룹 활동을 한동안 중단했다 재개하거나, 솔로 가수와 그룹 활동을 병행하며 포크록·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많은 명곡을 남겨왔다. ‘살다가’ ‘죄와 벌’ ‘광(狂)’ ‘은(恩)’ ‘지상에서 영원으로’ ‘아버지 구두’ ‘사랑의 유효기간은 없어’ ‘겨울나무’ ‘만나자’ 등. ‘가족사진’ 등 솔로 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메인 보컬 김진호는 지난 4월 “KF94 마스크처럼 쓸모 있는 노래는 아니지만, 마음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힘들게 지내는 국민을 위로하는 자작곡 ‘그거 모으러 왔나 봐요’로 새삼 화제를 모았다.

‘바람이 손끝을 지날 때／ 햇살이 내 등에 기댈 때／ 가끔씩 생각해줘요／ 내게 머물러준 친구들／함께 걸어온 바람과／ 날 비춰온 햇살들 모아／ 다시 살아나는 추억’ 하는 노래다. 그는 ‘때 묻은 시(詩) 프로젝트’의 첫 번째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때 묻은 것들은 바람과 태양이 시간을 들여 손으로 어루만진 흔적이다. 고귀함과 순결함보다 때 묻은 일상을 노래하고 싶다. 마음에 무언가 맺힐 때마다 한 곡씩 들려드리고, 모아서 시집으로 돌려드리겠다.” 어느 의료인은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의료진이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저희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두 손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고통 속에서 이런 음악이 한 줄기 희망이자 기적 같다.’ SG워너비가 그룹으로든, 개인별로든 감동적인 음악을 더 자주 들려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