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모사드 ‘국민 스파이’ 엘리 코헨 시리아에 逆정보 흘려 3차 중동戰 승리로

전쟁 승패 가른 정보전

현대 사회에서 정보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전쟁의 승패뿐 아니라 한 국가의 경쟁력이 정보전에서 판가름나고 있다. 특히 전쟁사에선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투가 시작되기 전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모사드’를 보유하는 등 현대 정보전의 강국으로 손꼽히는 이스라엘은 주변 중동 국가들과 대치하며 항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와 시긴트(SIGNIT·신호 정보)를 발전시켜 갔다. 이스라엘의 스파이 중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엘리 코헨의 스파이 활약상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1957년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 들어간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 코헨은 초반 이집트에서 활동하다가 아르헨티나 출신 기업가로 위장해 시리아 지도부에 침투해 국방차관까지 오른 인물이다.

코헨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고급술과 사치품 등을 시리아 주요 정치인들에게 주며 호감을 샀는데 이 중에는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시리아 내 주요 직위에서 활동하며 유사시 주요 요새 위치 등을 모사드에 건넸고 이스라엘의 제3차 중동전쟁(1967년)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코헨은 3차 중동전쟁 전에 시리아 지휘관들에게 골란고원 주요 참호 입구에 나무를 심어 군사시설을 감추라고 조언했는데, 시리아 군 당국은 이를 따랐다가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시리아 정보국의 전파 추적 과정에서 붙잡혀 1965년 5월 교수형에 처해진다. 당시 그의 나이는 41세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국민적 영웅을 지키기 위해 유해 송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품 등을 구해 그를 기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휴민트에 더해 시긴트 정보를 활용해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수시로 발사하는 로켓을 ‘아이언 돔’을 통해 방어하고 있다. 아이언 돔은 높은 요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아이언 돔의 방어력 이면에는 사전에 무인정찰기 등을 통해 적의 움직임을 소상히 파악하는 이스라엘의 뛰어난 정보력이 있다.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전쟁은 위성 등 최첨단 장비가 활용된 전쟁으로 손꼽힌다. 당시 미국은 위성 등을 통해 이라크 주요 거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GPS를 전장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미국이 발사한 미사일은 사전에 파악된 거점에 GPS를 따라 정확히 공략했다. 전쟁 전까지 미국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낙승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미국은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이라크에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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