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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중국 은폐로 황금 방역期 놓쳐
전세계 경제와 군사까지 충격
대만 사례 ‘정보 중요성’ 교훈

한국 ‘共和정신’으로 위기 극복
보건이 국가안보의 핵심 부상
자만 말고 의료 역량 강화할 때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우한(武漢)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11월 30일부터 27명의 환자가 치료 중으로 한 달 늦은 발표였다. 그래도 그때가 조기 방역의 적기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사태 축소에 급급했다. 오히려 정확한 진단을 했던 우한의 현장 의료진을 유언비어 날조 혐의로 체포했다.

황금 방역의 적기는 사라졌고 대감염과 함께 공포가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세계를 정지시켰다. 하늘길이 막혔고 유람선이 유령선이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자가 격리와 자기 제어로 생활 문화를 바꿨다. 경제활동과 군사활동도 방해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가 평등을 일깨웠다고 말한다. 물론 코로나 앞에 부자나 빈자나 남녀·노소·국적 구분 없이 감염의 공포가 균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포의 평등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에서도 마찬가지다. 평등과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부나 영예나 기회 등 희소가치가 걸렸을 때의 일이다. 코로나19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어 보인다.

첫째, 정보의 중요성이다.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자 방역학계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가장 위험한 나라로 대만을 꼽았다. 하지만 대만은 1월 전문가를 우한에 직접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중국 정부 발표만 믿다가 낭패 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대만은 자체 정보를 바탕으로 국경을 즉각 봉쇄했다. 초기 방역과 선제적 대응에서 최고의 정보적 대처를 해 시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지켜냈다. 반면, 중국 정부의 발표에만 의존한 국가들은 정보 실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둘째, 공화정신(共和精神)의 중요성이다. 초기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줬다. 최고의 의료 시스템과 숙련된 의료진은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공의 선을 앞세운 시민들의 공화정신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공화정신은 이기심을 스스로 제어하는 자유인의 실천이성 명령이다. 자유인은 협력하고 나누고 베푸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자신만 돌보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의 자유 시민들은 스스로의 자유를 제약하는 공화정신을 실천했다. 코로나 사태는, 자유는 국가가 주는 게 아니라 시민의 자율적인 마음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셋째, 코로나바이러스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진리를 일깨워줬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보다도 나약한 인간의 생존은 공포 극복의 역사였다. 호모사피엔스는 무수한 멸종의 위험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현재에 이른다. 적자생존은 무한경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앞으로도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적자생존의 진실은 말한다. ‘각자의 건강과 생명은 각자의 책임이다.’ 결코 정부나 정치인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국가는 국민 모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전부다. 자기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 각자의 몫인 것이다.

끝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한 주인은 아니란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기체인 인간은 무기체에서 유래했다. 약 137억 년 전 빅뱅을 통해 우주가 탄생했을 때 생명체는 없었다.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였다. 논리적으로 수소가 사람이 된 것이다. 천문학자 에드워드 해리슨 박사는 말했다. ‘수소, 시간만 오래 주면 사람이 된다!’ 사실 인류가 지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수소가 약 137억 년 지나서 사람이 된 것처럼 사람보다 더욱 빼어나거나, 아니면 인간을 멸종시킬 능력을 가진 다른 존재가 우주에 없으란 법은 없을 것이다.

코로나 앞에 1, 2위는 부질없는 일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상수(常數)로 생각하고 국가경영에 임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언했다. ‘우리는 미국민의 생명을 특정 국가의 제조품에 의존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의료 시스템, 의료인 그리고 의료 물자는 평시에도 전략물자로 관리돼야 할 것이다. 보건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하고,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용을 좇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