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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강은일 대법서 무죄 확정

화장실서 사건… 상반된 진술
바깥 CCTV 그림자로 재구성
동선 강씨 진술과 완벽 일치해

1심에서 강제 추행 유죄 판결을 받았던 뮤지컬 배우 강은일(25) 씨가 CCTV에 찍힌 그림자 덕분에 대법원 최종심에서 23일 무죄임이 밝혀졌다. 출연 중인 뮤지컬에서 모두 하차하고 ‘성추행범’ 꼬리표를 단 채 법정구속까지 당했던 강 씨는 25개월 동안 마음고생을 하다가 법률적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술자리 “화장실서 성추행” 주장

2018년 3월 10일 강 씨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고교선배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자리는 날이 밝을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후 오랫동안 강 씨를 괴롭혔던 문제의 사건은 화장실에서 일어났다. 강 씨는 함께 자리에 있었던 고교선배의 동창 A 씨와 화장실에서 맞닥뜨렸다. A 씨는 자신이 화장실을 가자 뒤따라온 강 씨가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씨의 주장은 달랐다. 강 씨는 남자화장실 칸에서 나오다가 A 씨를 세면대 앞에서 마주쳤는데, A 씨가 갑자기 자신에게 입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몸을 빼서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A 씨가 자신을 여자화장실 칸 안으로 밀어 넣었다는 주장이다.

◇1, 2심의 엇갈린 판결

1심 재판부는 A 씨가 일관되게 피해를 주장하는 점과 사건 발생 직후 지인들과 나눈 카톡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린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이 발생한 음식점 화장실은 문 아래쪽에 통풍구가 있었는데, 바깥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여자화장실 칸이 열리거나 사람이 나오는 모습을 그림자로 확인할 수 있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우선 강 씨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다. 이후 A 씨가 화장실로 들어갔고 직후에 A 씨가 여자화장실 칸 문을 여닫고 나오는 그림자도 확인됐다. 이어 화장실에서 나오던 강 씨는 A 씨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들어 갔고, 여자화장실 칸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듯한 그림자가 포착됐다. 결국 강 씨는 A 씨를 따라 들어간 적이 없었고, 오히려 A 씨가 강 씨를 여자화장실 칸으로 끌어당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 ‘그림자 증거’ 인정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측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 지었다. CCTV 영상에 의하면 A 씨는 여자화장실 칸에서 나와 세면대 앞에서 강 씨를 처음 마주쳤을 것으로 보이고, 이후 강 씨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려다 A 씨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들어 갔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의 사실인정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성추행범’이라는 주홍글씨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던 강씨가 누명을 벗은 순간이었다.

김온유 기자 kimonu@munhwa.com

■ 용어설명

자유심증주의 :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가 유리한 판결 결과를 얻기 위해 제출한 증거와 주장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법관에게 부여된 민사소송법상 권한과 원칙. 법관은 소송 당사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맞는다고 판단되는 쪽으로 사실 인정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