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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사회부장

권력범죄 혐의자들 총선 당선
방탄용으로 금배지 惡用 우려
當落 무관하게 엄정 수사해야

공수처 무기로 검찰총장 겁박
합법적 대중독재 우려도 팽배
국회가 범죄자 蘇塗(소도)여선 안 돼

제21대 총선의 막은 내렸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중대 범죄 혐의자들이 상당수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17일 당선자 90명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고소·고발된 사건도 수두룩하다. 국회에 입성했다고 범죄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범법자에게 입법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이번 총선에는 권력형 중대 범죄에 얽혀 있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출정했다.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선거 브레인 역할을 했고, 조국 자녀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청와대 요직에 있으면서 법이 보호하는 공익을 비웃고 침해했으며, 권한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의 키맨임에도 대전 중구에서 민주당 기호 1번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자가 선거로 공직에 다시 진출한 블랙 코미디다. 대법원 판결까지는 무죄라고 하지만, 금배지가 방탄용으로, 나아가 검찰 공격용으로 활용되게 됐다.

선거의 더 큰 범죄자는 부정과 부패, 불의의 묵인자와 동조자들이다. 법전에 조항이 없어 죄를 물을 수 없을지 몰라도 사회 공동체에 가하는 중대한 범죄다. 또 선거 과정에 선동과 조작은 없었는지, 부정과 기만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역사에는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뒷받침으로 독재 권력이 출현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당(NSDAP)이 대표적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이끌던 NSDAP, 이른바 나치스 당은 1932년 바이마르 공화국 6대 총선에서 1당에 올랐다. 결국 히틀러는 총리가 됐고 나중에 총통 자리에까지 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제3 제국의 탄생이었다. 1938년 나치스 당의 득표율은 무려 99.9%에 달했다. 독일 국민은 광신적 지지를 나치스 당에 보냈다. 결과는 이후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독재는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 정파가 권력을 차지해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체제다. 4·15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중소벤처기업인들에게 40조 원, 노인 일자리 확대 및 국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에 55조 원 등이다. 이것만으로도 4년간 100조 원이 든다. 재정 문제로 ‘공약(空約)’에 그칠 거라는 낙관성 관측은 좌파의 본질을 모르는 소리다. 눈앞의 현실이 중요한 좌파들에게 내일의 곳간 상황은 큰 의미가 없다.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유명한 1774년 브리스틀 연설 역시 코웃음거리에 불과하다. 그는 “저는 여러분의 대리인이 아니라 대표자로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지역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때 저는 국가의 이익을 옹호할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의석의 60%인 180석을 확보한 여당은 개헌을 제외하고 입법을 맘대로 처리할 힘을 갖게 됐다. 일당 독주의 행태와 지향을 주시해야 할 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잘 활용하면 합법적 독재도 가능하다. 7월로 예정된 출범까지는 앞으로 3개월 정도, 검찰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검찰이 슈퍼 여당의 눈치를 보고 수사를 덮거나 대충 얼버무린다면 그동안 수사는 모두 허위와 거짓이었다는 자기부정에 빠지게 된다. 그럴 거라면 정권의 충견을 자처하면서 기득권을 챙겨왔었노라고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 수사는 총선의 중립성을 위해 잠시 중단됐던 것이지,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 갈지자 행보로 나가서는 안 된다.

수사의 재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대립구도라고 볼 수도 없다. 검찰 vs 청와대 충돌로 보는 프레임도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에 검사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한, 불법 행위에 대한 올바른 대응일 뿐이다. 청와대에 있는 비서실장이든 대통령이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법치주의의 정당한 선언이다. 그 불법의 윗선이 누구일지라도 검찰은 추가적 수사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 밝히고, 범죄자들을 정의와 자유, 진리의 법정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 국회는 범죄자들의 피난처인 삼한시대의 소도(蘇塗)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