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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급망 사슬’이 끊어졌고 유통이 막히면서 ‘판로’마저 없어졌다. 이처럼 위중한 때,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불참 및 협약 파기 선언을 했다.

임금을 반으로 줄이는 광주형 일자리 실험에 대한 합의는 결코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난해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 및 공장 착공식을 마쳐, 이제 안정 궤도에 들어서나 보다 싶었기에 아쉬움과 우려가 더 증폭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첫 시도로 ‘노사 상생’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실험대에선 ‘정부·지자체·투자자·노동계’ 모두에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이익 공유, 임원 급여 제한,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말 광주형 일자리 사업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3월 12일 노사민정(勞使民政)협의회가 결의한 ‘투자유치 협약서’를 파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예정대로 순항할 경우 2021년 상반기에는 1000명 규모의 생산직 근로자 채용이 가능하다. 연관 산업부문까지 포함한다면 1만2000여 명의 고용 효과가 예측돼 지역에 ‘일자리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진 시점에 광주시의 젊은 청년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면 기업의 국외 탈출을 막고, 해외 자본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아직 공장도 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진 퇴진’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경영의 성과가 나쁘면 그때 가서 경영진 퇴진을 주장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원·하청 이익 공유’는 원청과 하청의 대표가 논의할 사안으로, 노조가 나설 일이 아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상법 등에 근거해 ‘광주모터스 법인’ 정관에 명시할 사항으로, 공장을 짓는 단계에서 노조가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 ‘임원 급여 제한’은 노조의 월권이다. 광주모터스가 적자를 보이면 그때 가서 단체협상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로, 지금은 때가 아니다. 노동조합의 경영권 개입은 ‘근거 없는 갑질 행태’ 그 자체다.

노동계의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은, 한국 초유의 노사민정 협약에 의한 신설 법인의 성공을 바라는 광주시민의 뜻을 저버리고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파국 열차’에 실어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경제적 타살이다.

자동차 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기로에 서 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호시절은 다 지나갔다. 자율 자동차가 점차 보편화하고 전기차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전형적인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출생신고와 더불어 고난의 길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홍은 자멸이다.

미국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제너럴모터스(GM)는 사실상 도산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GM을 ‘정부의 자동차’(Government Motors)라고 힐난했다. GM이 기적같이 회생한 것은 ‘뉴GM 플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입 사원의 급여를 절반으로 낮추고, 기업이 정상화할 때까지 파업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의 과실이 지금 보는 GM의 정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