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 공무원에도 지급하는데
자영업 상당수 불이익 받을 가능성

정부가 가구당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내놨지만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급해서 건강보험료를 지급 대상 선정 기준으로 삼긴 했지만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당장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5억5000만 원 아파트와 5년 된 준중형 승용차 등을 보유하고 소득이 거의 없는 노부부의 경우에는 지급 기준인 14만7928원을 웃도는 보험료를 내야 해 탈락할 수밖에 없다. 직장 가입자와 달리 지역 가입자는 재산을 반영해 건보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 중 상당수도 제때 혜택을 입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의 재산상태(2018년 5월)로 부과한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고 있다. 정작 가장 타격이 큰 이들이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정부는 매출이 줄어 소득이 감소했다는 증빙을 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한 상황이지만 제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고액 자산가를 걸러내겠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 기준은 내놓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 또 당장 소득이 감소하거나 고용 불안을 겪지 않는 공무원이 지급 대상에 포함된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당장의 실직이나 임금 삭감에 대한 걱정 없이 국민 세금으로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공무원에게도 똑같이 나눠주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 ‘재난 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지원금을 재난 상태와 무관하게 원칙 없이 책정하고 지급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지만, 정부는 재난지원금과의 중복 지급을 허용한다는 원칙만 정한 상황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재원 분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 광주, 부산시도 분담 비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도 하기 전 덜컥 발표부터 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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