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美 대선 일정 차질
바이든 뒤늦게 존재감 부각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미국 민주당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7월 전당대회마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7월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당내에서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정된 민주당 경선들도 속속 일정을 미뤄 6월에 11개주 경선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뒤늦은 존재감 부각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1일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날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7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상황은 그려보기 어렵다”며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릴 예정인데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비상사태가 최소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기존의 일정 소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해 일단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름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보건당국자들의 조언을 감안하면 이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경선 일정도 속속 미뤄지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경선 날짜를 5월 12일에서 6월 9일로 변경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로써 6월 2일 경선을 치르는 주가 당초 4곳에서 11곳으로 늘어나면서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맞먹는 규모의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이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에게도 존재감이 밀린다는 비판 속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이날 폭스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 전략 논의를 위한 전화통화를 요청했다.

이는 최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의 대응이다. 이에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그가 내게 전화를 걸면 나는 틀림없이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