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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례(1927∼2020)

얼마 전 원로 정치인 한 분이 별세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 2월 18일 11·12대 국회의원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김정례 전 장관이다. 고인은 필자와 오랜 인연이 있는 분으로 1971년에 처음 뵈었다. 김 전 장관은 독립운동가며 필자의 아버지인 두산 이동화 선생과 가까웠던 분이다. 그래서 필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김 전 장관을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1년 정초에 김 전 장관이 아버지에게 세배를 왔는데, 필자와 동생이 김 전 장관에게 세배를 했더니 세뱃돈으로 어머니가 준 것보다 몇 배 많은 돈을 주셨다. 그 돈으로 나중에 스케이트를 샀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로 한동안 직접 뵙지는 못하고 대학 진학 후인 1980년대 초 매우 강렬한 느낌과 이미지의 김 전 장관을 뵈었다. 신문과 TV 등 언론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당시 대학 입학 후 학생운동권에 합류해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며 우리 현대사와 사회계층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필자의 눈에 고인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군사정권에 협력한 정치인으로 그저 자신의 보신에 신경을 쓰는 여성정치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적으로는 고인이 아버님과 가까웠고, 때로는 도움도 주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군사정권에서 국회의원, 각료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훗날 이동화 선생의 비서실장을 자처했던 분과 그 외 여러 선배로부터 고인은 본래 사회민주주의 혁신계 출신으로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내에서도 자신이 혁신계 출신임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더 지난 후 한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자료를 검토해보니 김 전 장관은 해방 후 이범석 장군의 ‘민족청년단’ 출신으로 사회활동을 해왔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5공화국 때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남재희 전 국회의원이 김 전 장관을 ‘통 큰 누님’이라고 표현했는데, 통이 큰 여성정치인임을 필자 역시 직접 경험으로 확인한 적이 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약 1년 전 사무실에 들러 달라는 연락을 받고 서울 성북구의 지구당 사무실에 들렀다. 당시 지구당 사무국장이 이동화 선생께 좋은 약 좀 해드리라며 봉투를 전해주었다. 집으로 와서 확인해보니 꽤 많은 액수였다. 역시 통 큰 누님, 여장부형 정치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삶에 부대끼면서 제대로 인사 한번 드리지 못했는데 갑자기 별세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그저 너무도 죄송스러운 마음뿐이고 이 지면을 빌려서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이인국 두산이동화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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