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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원(1929∼2007)

“글라라 형님. 오늘 미사곡은 왜 이리 슬퍼요?” 어제 주일미사가 끝나자 미사 시간 내내 흐른 눈물을 애써 감추며 옆에 있는 형님에게 말했다. “사순절이라서 안 그렇나” “그래요? 너무 슬퍼서 혼났네”라며 얼른 밖으로 뛰쳐나왔다.

요즘 자꾸 눈물이 난다. 어린 시절 추억 얘기를 쓰다가 옛일들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그런가. 어젯밤에도 12시 가까이 돼서 잠들어 2시 반쯤에 깼다. 지나간 일들이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은 아버지, 할매, 삼촌 얼굴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져 울다가 새벽녘에 다시 잠들었다.

아버지는 몇 번의 큰 수술을 받고 고생하시다가 2007년 78세에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주소서.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주소서∼.’ 오늘도 하루 종일 이 미사곡이 입안에서 맴돌고 눈물이 났다. 그리고 평생 우리를 위해 일만 하신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정말 부지런하셨고, 머리를 써서 농사를 지으셨다. 좁은 땅에 많은 벼를 생산해 ‘벼 다수확 왕’이 되셨고, 누에를 쳐서 최고 품질의 고치를 생산해 ‘잠사 왕’도 되셨다. 한여름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과 들에 있는 풀을 베어 땀을 뻘뻘 흘리시며 퇴비를 산더미 같이 만드셔서 ‘퇴비 증산왕’도 되셨다. 오랫동안 이 상장들은 부모님 방 한쪽 벽면에 걸려 있었고, 어릴 때 우리는 그걸 보며 자랐다.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며 우리를 키우시고 공부시키셔서 경북도에서 주는 ‘장한 어버이상’도 받으셨다.

우리는 부모님이 피땀 흘리시며 장만한 돈인 걸 알기에 아끼고 또 아끼며 생활했다.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쳐서 대학에 갔던 그 당시에, 오빠의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가고 과외를 받았지만 오빠 본인은 학원 근처에도 한 번 안 가보고 학교만 다녔다.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해서 공부시키는지 알기에 우리는 그랬다. 우리는 그렇게 어렵게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직장생활도 하게 됐다. 그 후에도 아버지는 계속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셨다. 애들 결혼할 때 조금 보태줘야 한다, 손주들 학교 다니면 학비라도 보태줘야 한다면서 계속 일을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참고 참다가 가슴 통증이 너무 심하다며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셨는데, 심근경색으로 판명돼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평생 당신 자신을 아끼지 않고 너무 무리하게 일만 하셔서 탈이 나신 거였다. 그때 병문안 오신 작은 고모부께서 “기계도 쉬어 가며, 기름 쳐 가며 써야 하는데 너거 아부지 평생 일만 해서 그렇다”며 혀를 차셨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몸이 많이 아프기 시작하셨다. 위암 수술도 하셨다. 언제나 우리에게 힘이 돼 주셨던 아버지가 점점 힘들어하셨다.

오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하늘이 맑디맑다. 저쪽 하늘에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 파란 풀밭도 보이고 맑은 시냇물도 보이고 하얀 옷 곱게 차려입으신 아버지가 보인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신다. ‘나는 잘 있데이. 너거들 잘 살아줘서 고맙데이’하신다. 아버지∼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그 어깨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딸 손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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