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명 검거해 18명 구속
‘박사’ 신상 공개 내일 심의

美에 기반 둔 무료 메신저
‘디스코드’유사 性범죄 정황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이란 대화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속칭 ‘박사’ 조모(25) 씨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신상공개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론은 한발 더 나아가 ‘박사방’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또 다른 대화방 ‘n번방’ 등에 참여한 가입자들까지 전원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최종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성착취 동영상 유포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자 경찰은 또 다른 메신저인 ‘디스코드’(DISCORD)에서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한 정황을 포착해 국제적인 수사에 나섰다.

23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 답변을 통해 “(조 씨의)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사’ 조 씨의 경우 오는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신상 공개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조 씨 범행의 잔혹성과 이를 지탄하는 국민적 요구로 인해 위원회가 신상공개로 결론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살인 등 잔혹 범죄자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의해 신상이 공개됐던 것과 달리 조 씨 신상이 공개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을 근거로 한 첫 신상공개 사례가 된다. 또 여론의 빗발치는 요구에 따라 조 씨 외에 성착취 동영상을 소비한 대화방 참여자까지 신상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의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19만 명을 넘어섰다. 또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밝혀달라”는 청원 역시 동의자가 151만 명에 달한다. 이외에 ‘n번방’ 참여자들을 모두 처벌해달라는 등 비슷한 취지의 2가지 청원 역시 각각 34만5000명 및 30만 명의 동의자를 모으고 있다. 실제 경찰도 문제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조직·운영한 자들을 넘어 대화방 참여자들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일 기준 ‘n번방’과 ‘박사방’ 등에서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피의자 124명을 검거해 18명을 구속한 바 있다.

한편 ‘n번방’ ‘박사방’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또 다른 온라인 메신저인 디스코드에서도 이뤄진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국제공조수사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무료 메신저인 디스코드는 게임에 특화된 음성 채팅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해외 법집행기관 등과 긴밀히 공조해 적극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