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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1956∼2018)

“회장님! 나이가 드실수록 블로그도 하고 책도 내보세요. 세상이 달리 보일 겁니다.”

2013년 청계천 소재 본인이 활동하던 공예협회에 가끔 들르던 이성원 문화재청 차장님께서 어느 날 제게 불쑥 제안했습니다. 그 후 만들었던 블로그가 현재 전체 접속자가 150만여 명이나 되는 파워블로그가 되었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할 때마다 이 차장님과의 옛일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국장, 문화재청 차장, 국외소재문화재단 사무총장 등 평생을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다가 정년퇴직하셨는데 갑자기 2018년 11월 13일 지병으로 저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공직 재직 시엔 문체부, 문화재청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분이기도 합니다. 술 좋아하고 후배들 잘 챙기고… 인기 만점이셨지요.

제가 이 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당시 문체부 김현모(현 문화재청 차장), 이형호 두 사무관의 소개였습니다. 저는 사단법인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해외전시회 업무로 두 사무관과 알고 있었고, 그분들이 저를 좋게 봤는지 2000년 이 차장님(당시 문체부 문화정책국장)을 제게 소개한 것이 인연이 되어 별세하실 때까지 20여 년 동안 형제간처럼 지냈습니다.

지금도 감사한 것은 매년 설, 추석 땐 저를 꼭 청담동 집에 초청해 떡국 등 진수성찬을 차려주며 “독거노인(?)인데 꼭 고향 형님 같아 이렇게라도 대접해야 내 마음이 편하다”고 하신 것입니다. 또 이 차장님이 2017년 발간한 자서전 ‘내가 꿈꾸는 제대로 된 나라 :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모두 282쪽인데 그중 34쪽을 ‘이칠용 회장의 문화재 관련 돌직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저에 대한 느낌, 옻나무 옻칠 이야기, 잘못된 정부 간행물, 문화재 종목 지정 등등을 자세하게 수록해 주셨습니다. 그런 것을 보고 ‘참으로 나의 부모, 형제, 자식, 친구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제 사무실에 들러 함께 식사하며 공예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이 차장님은 살아생전 공예문화 사랑이 무척이나 남달랐습니다. 한국의 공예문화는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성과 순박성, 나아가 뛰어난 미래지향적 제시를 하고 있습니다. 첨성대, 석가탑 등 석공예를 비롯해 반가사유상, 나전칠기 상자, 백자 달항아리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제가 이분을 유독 잊지 못하는 것은 제게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이칠용 협회장은 이러한 모든 것을 현대화. 세계화해야 합니다”며 “직접 현장에서 사례를 들어가며 활동하고 있는데 문체부 실무자들은 이를 등한시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듯해 매우 안타깝습니다”라고 한 말씀이 그분이 가신 지금도 제 가슴속에 뜨겁게 남아 있습니다.

사람 관계란 아무리 절친하게 지내고 생활을 함께한다 해도 언젠가 쓰라린 이별이 따르는 것이고, 각기 세상을 달리하게 되면 그 사람과 있었던 일들이 추억 속으로 잠기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고 이성원 차장님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이칠용 사단법인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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