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 그래프에서 자신을 ‘매우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와 ‘매우 보수’라고 한 응답자가 정책 입장 면에서 38퍼센타일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자는 ‘매우 진보’ 응답자보다 더 진보적이고, 비지지자는 ‘약간 보수’ 응답자와 비슷한 정책 입장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오른쪽 세 개의 그래프는 세대, 성, 소득수준에 따른 정책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 (下) 세대·지역갈등 넘어선 이념 갈등

이념에 따라 정책 贊·反 나뉘어
매우보수-매우진보 38퍼센타일
약간보수-약간진보 30퍼센타일

전북과 대구는 23퍼센타일 격차
40대 - 60대 19퍼센타일 차이나

17일 문화일보·서울대 폴랩(Pollab)의 유권자 정책 입장 조사 결과 진보·보수 이념에 따른 차이가 지역·세대 등 전통적으로 정치 지형을 갈라 온 주요 갈등 축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더 이상 지역이나 세대가 1순위 변수가 아니며, 이념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날로 불과 29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역시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치러질 것임을 시사한다.

◇지역·세대 뛰어넘은 이념 대립 =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행정 △외교·안보 △경제·산업·민생 △사회·복지·문화 등 4개 분야에 걸쳐 총 40개의 질문을 통해 유권자의 정책 입장을 분석했다. 가장 진보적인 사람을 1, 가장 보수적인 사람을 100으로 설정해 유권자의 정책 입장 위치(좌표)를 보여주는 ‘퍼센타일(percentile)’ 개념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특정인의 정책 입장이 60퍼센타일이라고 하면 이 사람보다 진보적인 사람이 60%, 보수적인 사람이 40% 있다는 의미다.

이념 성향 면에서 자신을 ‘매우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정책 입장은 70퍼센타일을 기록했다. 반면 ‘매우 진보’라고 자신을 평가한 유권자의 정책 입장은 32퍼센타일로, 두 집단의 차이는 38퍼센타일이었다. ‘약간 보수’(64퍼센타일)와 ‘약간 진보’(34퍼센타일) 간 차이도 30퍼센타일에 달해, 진보·보수 유권자의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 차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지역 면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구(57퍼센타일)와 가장 진보적인 전북(34퍼센타일)의 격차는 23퍼센타일, 세대 면에서 가장 보수적인 60세 이상(61퍼센타일)과 가장 진보적인 40대(42퍼센타일)의 격차는 19퍼센타일로 각각 나타났다. 남성(53퍼센타일)과 여성(47퍼센타일)의 격차는 6퍼센타일, 소득 면에서 가장 보수적인 최상위층(53퍼센타일)과 가장 진보적인 하위·상위층(각 48퍼센타일)의 격차는 5퍼센타일이었다. 즉, 정책 입장의 편차를 가장 크게 하는 변수는 이념이며 지역, 세대, 성, 소득 수준 순으로 뒤를 잇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남 vs 호남, 60세 이상 vs 3040 대립 확인 = 유권자의 거주지에 따른 정책 입장 차이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영호남의 편차가 확인됐다. 대구 지역 유권자들이 57퍼센타일로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경북·제주(각 55퍼센타일), 울산(54퍼센타일)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전북은 34퍼센타일로 가장 진보적이었고 광주(39퍼센타일), 강원(40퍼센타일), 전남(44퍼센타일) 등도 진보 색이 뚜렷했다. 21대 총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은 서울과 인천이 각 53퍼센타일로 약간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고, 경기는 49퍼센타일을 기록했다.

세대별로는 40대가 42퍼센타일로 가장 진보적이었고 30대(44퍼센타일), 50대(48퍼센타일), 20대(49퍼센타일), 60세 이상(61퍼센타일) 순으로 뒤를 이었다. 3040 세대가 진보의 주축을 이뤄 보수의 아성 격인 60세 이상 연령층과 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전통적인 진보층으로 분류되는 20대가 49퍼센타일로 50대(48퍼센타일)·30대(44퍼센타일)보다 정책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