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당국과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정부 책임(責任)을 회피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행태가 국민 부아를 더 돋우고 있다. 신천지 측의 교인 명단 늑장 제출과 비협조 등으로 방역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신천지에 돌리거나, 강력한 강제 수사를 신속하게 하지 않은 검찰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신천지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고 한 것이나, 여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압박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추 장관은 4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 86% 이상이 (신천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원론적 여론조사 설문을 끌어댄 것부터 문제이고, 여론조사 응답자의 86%를 ‘국민의 86%’로 주장한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 등을 고려할 때 더 황당한 일이다. 여론을 추종해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식의 이런 인식은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지방검찰청 등에 신속한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공문을 직접 보낸 것은 검찰청법에 위배되며, 여론조사로 이를 합리화할 수도 없다.

대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해 현 단계에선 ‘수사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중대본도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부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후 중대본은 대검에 ‘검찰 협조를 부탁한다’는 팩스를 보냈고, 추 장관은 “강제적 조치를 복지부 장관이 요청했다”고 했다. 중대본에 신천지에 대한 강제 수사를 촉구하라는 ‘윗선’ 압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금 단계에선 어떤 근거도 없다”고 했다. “중국인 입국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답변으로 비난 받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 입국 금지·제한 조치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했다”고 상대국 비하성 발언도 했다. 상대국 장관의 책임회피 및 해명성 발언을 곧이곧대로 수용한 것은 외교관으로서의 기초적 자질까지 의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