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네이버가 지난 2017년 출시한 웨일 브라우저의 화면 분할 기능을 활용하면 한 창에서 동시에 2가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제공

화면분할 멀티태스킹 기능 추가
세계시장 점유율확대 전략 세워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크롬(Chrome)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지(Edge), 애플의 사파리, 파이어폭스, 모바일 브라우저로는 삼성의 ‘삼성 인터넷’ 등이 경쟁하는 가운데 네이버는 자사 브라우저 ‘웨일(Whale)’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목표다.

웨일은 네이버가 2017년 출시한 브라우저다. 지난해까지는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이 부족했다. 네이버는 하나의 화면을 분할하거나 동시에 2개의 주소창을 활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 브라우저의 배경이나 색상 등을 본인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는 기능 등 웨일 브라우저의 특성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퀄컴과 퀄컴 스냅드래곤 등 칩에 브라우저를 최적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LG전자와는 듀얼스크린이 탑재되는 LG스마트폰에 웨일 브라우저를 최적화하는 MOU를 체결했다. 스마트폰 기본 브라우저로 웨일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인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전국 1만여 PC방을 가맹점으로 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웨일을 기본 브라우저로 제공하는 MOU를 체결했다.

업계는 네이버의 적극적인 행보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웨일의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5.82%로,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웨일 브라우저의 모바일 분야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8.29%로, 지난해 1월 0.12%였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놀랍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브라우저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개별 서비스라기보다, 특정 앱에서 하이퍼링크를 클릭할 때 전환되는 브라우저나 앱 내 브라우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구글 지메일 앱에서 온 메일에 포함된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구글의 브라우저 크롬에서 인터넷 창이 열리는 식이다.

네이버가 브라우저에 집중하는 이유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의존해 성장해 온 한국의 기형적인 인터넷 생태계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등이 탄생한 배경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는 브라우저 자체는 하나의 간접 서비스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롬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마케팅 등의 영향보다도 구글 앱 설계를 크롬 엔진 기반으로 전환하고, 앱에서의 연계를 강화한 점이 주요했다”고 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