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체온 측정’ 필수 25일 헝가리 데브레첸 공항에서 방역 담당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 중인 이탈리아 밀라노발 항공기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伊 여행한 유럽인들 줄줄이 감염
佛·獨 등 보건장관들 대응 논의
통행보장 ‘솅겐조약’ 조정 안 해
EU 위기담당자 “비상대책 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이탈리아를 여행한 유럽 주민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자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이탈리아 주변국 보건장관들은 국경 폐쇄조치 등을 논의했으나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이 오히려 유럽 전체지역으로의 확산을 부추길 경우 결국 유럽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조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은 이날 최근 이탈리아 인근 지역 주민이나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파스칼 슈트루플러 스위스 연방 공중보건청장은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 출신의 70세 남성이 밀라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양성 반응을 보여 루가노의 한 병원에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는 스위스의 첫 코로나19 발병 사례다. 슈트러플러는 앞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역시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한 한 남성에게서 첫 번째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고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가 밝혔다.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주 당국은 24세의 남녀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오스트리아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고, 이들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를 방문했다가 지난 21일 승용차를 이용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인스부르크 대학병원의 의사 귄터 바이스는 “2명 모두 증상은 경미하지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근접해 있는 만큼 추가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최근 롬바르디아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남성 1명과 지난 7일 중국에서 온 중국 여성 1명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괴핑겐의 남성 1명도 최근 밀라노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독일 적십자사는 이탈리아 북부 등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4주간 헌혈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대서양 연안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선 이탈리아 북부에서 온 의사 부부의 코로나 19 감염이 확인됐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전 유럽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인접국 보건장관들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 모여 확산 차단을 위한 회의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산마리노 등의 보건장관들은 이날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야네즈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EU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조약 내용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여러 가지 비상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확산 추세에 따라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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