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테리파크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KIA 제공

- 윌리엄스 KIA 감독의 하루

배팅볼·펑고·주자 등 1인 다역
몸·입으로 설명하며 선수와 호흡
훈련시간 줄이고 강도는 높여
“캠프서 훈련 많으면 시즌때 지쳐
올해 명문구단 명성 꼭 살릴 것”

던지고, 받고, 치고, 달리고.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테리파크 스포츠콤플렉스에 차려진 스프링캠프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인다. 1인 다역을 소화하기 때문.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타율 0.268과 1878안타, 378홈런, 1218타점을 남겼다. 1990년 122타점으로 타점왕, 1994년 43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대형 3루수 출신.

윌리엄스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2001년에는 김병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함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윌리엄스 감독은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스타였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KIA 지휘봉을 잡은 윌리엄스 감독은 솔선수범으로 선수단을 휘어잡는다. 윌리엄스 감독은 KIA의 스프링캠프 연습구장 4곳을 정신없이 오가면서 입으로, 몸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26일 오전(한국시간) 윌리엄스 감독은 배팅볼을 던지고, 펑고를 치며, 누상의 주자가 돼 수비훈련을 도왔다. 그리고 1루수로 변신해선 내야수의 송구를 받았다. ‘지도자와 선수들이 함께 부딪치고 호흡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윌리엄스 감독의 지론. 그리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실수해 민망한 표정을 짓는 선수에겐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지금 그 정도면 잘하는 거야”라고 큰소리로 사기를 북돋는다.

윌리엄스 감독은 오전 6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8시에 야구장으로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 지도자 경험이 많은 내가 훈련을 함께하면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면서 “특히 선수들의 장단점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행군을 펼치지만, 선수단엔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훈련 시간은 짧지만 집중력 있게 보낸다. 오전 8시 30분 몸풀기로 시작되는 KIA 훈련은 낮 12시를 전후로 끝난다. 연습경기가 있는 날, 출전명단에서 빠진 선수들은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퇴근한다. 연습경기에서 교체되면 역시 곧바로 퇴근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일. 국내 프로야구단 훈련은 시작부터 끝까지 전원이 동참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이 많으면 정규시즌에서 일찍 지치게 된다”면서 “전지훈련은 몸을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강도를 높였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양현종은 “훈련 시간과 양은 줄었는데 이게 더 무섭다. 쉴 수 있는 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야수 김선빈은 “한 번 할 때 집중하니 효율적이다. 그만큼 힘들다”고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54명에 달하는 선수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한다. 그리고 호출할 땐 꼭 이름을 부른다. 외국인 지도자지만, 친근하게 다가간다. 물론 쉽진 않다. 윌리엄스 감독은 “매일 아침 수훈선수를 발표하는데 현(HYUN)처럼 HY, HW인 이름은 발음이 어렵다. 이름을 부르면서 머뭇거리면 선수들이 웃는데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선수들을 존중하기에 더 열심히 발음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윌리엄스 감독이 워싱턴 사령탑 시절 슈퍼신인이던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설렁설렁 1루로 뛰자 곧바로 교체한 건 유명한 이야기.

윌리엄스 감독은 “지금처럼 정규리그에서도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겠지만, 근성 없는 플레이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KIA는 과거 해태 시절부터 명문구단이었으니, 올 시즌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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