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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품귀 속 ‘도덕적 해이’

돈 앞세워 대량확보 나선 中상인에 국내브로커 제의

“계약 물량 5000만 장 이상, 중개수수료는 현금만 취급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이 자국의 극심한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응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측이 웃돈을 얹어 대량 구입하려고 하자 국내에서는 수십억 원의 현금수수료를 요구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입과 브로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면서 국내 마스크 가격폭등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문화일보가 확보한 ‘국내 무역상-중국 구매 담당자’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국내 무역상인 A 씨는 중국 거래 상대로부터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해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A 씨가 물량 확보를 위해 수소문하자 한 브로커는 “중개수수료로 현금 20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 당장 구해주겠다”고 했다. ‘연간 5000만 장 물량을 넘기면 장당 가격을 300원에서 1000원까지 올려 주고 계약금 30%를 선지급해 달라’는 등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A 씨는 “돈만 떼먹고 달아나는 ‘블랙 브로커’ 명단도 중국 내부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국 정부 측이 자국 기업들에 마스크를 구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마스크 생산의 절반을 점유했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수급 불안을 겪자 해외 마스크를 수입하기 위해 민간 무역업자를 전사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SCMP는 “코로나19 확산 후 중국의 하루 마스크 수요는 최대 6000만 개가량이나 성능이 좋은 N95 마스크의 경우 일 생산량이 20만 개에 불과하다”며 “마스크 부족에 대응하고 의료진에 대한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전시에 맞먹는 배급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품귀 현상을 악용, 거래 대금을 가로채 달아나는 등 코로나19 관련 신종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에선 가격이 급등하자 허가 없이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판매한 업체 2곳이 이날 시 특별사법경찰관에 의해 적발됐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