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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해 유럽에서는 사상 최초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의 합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앞섰다. 그 결과 발전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 줄었다. 올해 세계 풍력 설치량은 80GW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67GW보다 19%가량 높다. 지난 1월 유럽에선 전기차 판매가 독일 138%, 프랑스 160%, 영국 146%, 이탈리아 491%로 급증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해 시가 총액이 포드와 GM을 합한 것보다 커졌다. 미국 최대 육상풍력과 태양광 운용업체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운용업체인 오스테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넥스트에라에너지 주가 총액이 대표적 석유기업 BP를 넘어섰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설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이용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09년과 2018년, 미국 태양광발전은 20.0%에서 25.1%로, 풍력발전은 28.1%에서 34.6%로 높아졌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해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때문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뒤로 밀려난다. 세상 흐름을 잘못 읽으면, 그래서 거대한 전환의 파고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 잘못된 시장 전망으로 합리적 투자가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한 시장 변화는 관련 기업의 앞서나간 투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기존 법과 제도, 정책을 바꿔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다년도 에너지계획(안)’을 공개했다.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50%로 줄이기 위한 세부 방안을 담았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에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줄이기로 했는데, 목표연도를 10년 연기했지만 원전 비중 감축이란 정책 목표엔 변함이 없다. 2월 22일 페센하임 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페센하임 2호기까지 올해 2기를 포함, 2035년까지 14기를 차례로 닫을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원전 축소 계획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에너지기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영국 정부는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차량은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 가능하다. 애초 2040년 예정이었으나 5년을 앞당겼다. 가능하다면 2035년보다 더 앞당긴단다. 영국은 주요 G7 중 가장 먼저 2050년 순탄소배출 제로(0)를 선언한 국가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내연기관차 퇴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몇몇 기업이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타며 약진하고 있다. SK, LG, 삼성, 한화, 두산 등도 배터리와 태양광, 연료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총 발전량 중 20%로 늘리기 위해 ‘재생에너지 3020’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30∼35%까지 늘리기로 했다. 목표의 적정성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방향과 목표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부합한다.

문제는 목표를 얼마나 제대로 달성하느냐에 있다. 목표에 비해 여전히 더딘 풍력발전사업을 지원할 ‘풍력발전 추진지원단’이 얼마 전 발족했고, 새만금 육상태양광단지도 올해 착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재생에너지 관련 사회 갈등도 만만찮다. 정부도 기업도 시민도 변화를 직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2020년엔 우리 사회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약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