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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총선에 대비한 남 탓 프레임 선동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명명된 우한 폐렴을 부각시켜 정책 실패는 감추려는 의도가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남대문시장 방문에 이어 13일에는 6대 그룹 대표들과 ‘코로나19 대응 경제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말부터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그런 기미가 보였는데, 그게 1월 24일 이후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눈치 빠른 지자체장은 간담회를 열고 중국 관광객을 모으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 모여 경기 흐름은 좋은데 신종 코로나가 문제인 것처럼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12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시장 상인들은 ‘살려 주세요’라고 비명을 질렀다. 서민들의 목소리에도 신종 코로나 탓만 하는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한숨만 나온다. 게다가 경제 파탄의 원인을 신종 코로나로 돌리고 대기업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행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련의 행보는 2018년 1월 18일 장하성 정책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층들이 시장을 방문한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들의 모습에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 잘못된 정책은 계속 집행됐다. 이후 정책 실패로 실업자가 양산됐고, 경기 침체로 수많은 자영업자는 장사를 접어야 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민생 행보도 2년 전처럼 ‘위기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및 경제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은 놀라울 따름이다. 미국은 14일 이내에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 문은 열어 놓고 국내에서 국민의 공포심만 키웠다. 16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29번째 환자도 국내 감염 환자다. 국민의 공포심이 지나쳐 경제가 침체된다고 말하기 전에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막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 문제와 함께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정권의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추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면서 경기 침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경기 측정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경기 판단은 추세적 저성장을 고려한다. 추세보다도 경기가 더 나쁘면 경기 불황이라고 정의한다. 2017년 9월에 경기가 정점을 지나 지금까지 계속 추락하고 있다. 경기종합지수도 2019년 말에 다소 횡보했으나 3년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가 호전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사태는 불합리한 과잉 대응으로 경제활동을 더 위축시켰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도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룹 대표들과의 간담회 때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정책 전환과 실질적 대응 능력을 언급했어야 했다. 신종 코로나와 경제 문제는 대통령이 마스크 쓰고 소상공인과 악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추가적인 격리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확보하고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봉쇄해야 한다. 철저한 봉쇄가 경제활동을 증가시킨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나쁜 것을 신종 코로나 탓으로 돌리기 전에 기존 경제 정책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한다. 기업을 탓하기 전에 고용 환경, 투자 환경, 기업 지배 환경 등을 돌아보고 그동안 펴 온 기업 정책을 반성, 대전환해야 한다. 반성 없이는 정책 전환이 불가능하고, 정책이 전환되지 않으면 경제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