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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란

조경란 작가는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로 인간관계와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봐 온 소설가다. 조 작가는 현재 ‘가족’을 주제로 연작소설집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동네 가게 앞에 붙은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라는 문구처럼 모두에게 있을 그런 ‘가정 사정’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작가는 새 작품을 집필하며 어떤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을까. 조 작가는 베트남 출신 작가 킴 투이의 장편 소설 ‘루(ru)’, 제임스 볼드윈의 장편소설 ‘조반니의 방’(열린책들), 박완서 작가의 중단편선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등을 꼽았다.

‘루’는 10살 때 베트남을 떠나 캐나다 퀘벡에 정착한 보트피플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조 작가는 이 작품에 관해 “짧은 각 장의 마지막 문장이 다음 장의 시작으로 환기되는, 무척 흥미로운 서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캐나다에서 변호사, 요리연구가로 일하다 소설가가 된 작가의 자전적 진실이 아프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호평했다.

‘조반니의 방’은 계급 격차와 사랑, 성 소수자의 이야기 등 묵직한 사회 담론을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조 작가는 이 작품에 관해 “시대를 초월하는 강렬하고도 고통스러운 사랑 이야기”라며 “시인 랭스턴 휴스의 표현대로 저자가 ‘바다가 파도를 움직이듯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는 박 작가의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6·25전쟁을 견뎌낸 여성의 이야기인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그린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을 담고 있다. 조 작가는 이 작품에 관해 “최근에 복간돼 다시 손에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며 “시대가 흘렀어도 소설의 이야기와 인물들이 생생하고 힘있게 살아 있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