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경주시 아화초 교무부장인 김수영 교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서로 같이 노는 것도 사회생활”이라며 ‘아동의 놀이권’을 강조했다. 사진은 김 교사가 제자들과 함께 여행하거나 텃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학생들에 ‘놀이권’부여한 경주 아화초등학교

“함께 노는 것도 사회생활”
수업시간 2~3개씩 묶은뒤
30분 쉬는 시간 놀이 집중
컵 쌓기·모래산 만들기 등
다채로운 구성에 인기몰이

‘잘 노는’교사들 직접 지도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지지

경북 경주시의 아화초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보장받기 어려운 색다른 권리를 누린다. 등교하는 날이면 “매일 놀 수 있다”는 ‘놀이권’이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에게 ‘학습권’을 보장하지만, 이처럼 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학교는 아화초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이 학교 교무부장 김수영(39) 교사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이 누리는 ‘놀이권’의 근거에 대해 “그냥 아이들이니까 놀아야 하는 것”이라는 간단명료한 설명을 제시했다. 아이들의 놀 수 있는 권리는 천부인권적이라는 뜻이다. 김 교사는 “학습권도 당연히 강조해야겠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노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아 왔다”며 “아이들이 서로 같이 노는 것도 사회생활”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아화초의 놀이권 보장은 수업시간 편성 및 놀이 프로그램 제공 등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아화초는 ‘블록타임제’(45∼50분으로 이뤄진 각 단위수업 시간을 2∼3개씩 묶어서 운영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수업시간 사이에 30분의 쉬는 시간을 둔다.

1·2교시 후 30분간의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과 함께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김 교사는 방과 후에 특색돌봄 프로그램으로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피드 스택스(컵 12개로 이루어진 컵 쌓기 활동 기구)도 지도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이뤄지는 스피드 스택스 시간을 기다린다는 아이들의 말은 김 교사를 기쁘게 한다. 김 교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보잉사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할 때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더라도 어릴 때 손으로 뭐든 해보거나 몸으로 놀아보지 않았다면 문제해결력이 떨어진다고 인식해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잘 노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잘 노는 학생이 잘 성장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교사들도 ‘잘 논다’고 한다. 정지열 아화초 교장부터 놀이 전도사다. 운동장에 놀이를 위한 모래산을 만들고, 축구클럽을 구성해 아침마다 축구를 지도하는 것도 정 교장이라고 한다. 또 선생님들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배우고 싶은 악기를 근무 시간 중에 배울 수 있다. 월요일에는 바이올린, 수요일에는 플루트 레슨이 있다. 화요일은 오케스트라 수업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교직원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교사들 또한 놀이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사 역시 경상북도교육청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놀이수업학기제 교육 자료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놀이를 강조하는 학교생활에 학부모들의 우려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아화초는 매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놀이 시간 확보를 위한 블록타임제 운영에 관한 문항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사는 “2017년부터 아화초에 근무하면서 한 번도 학부모들의 부정적 의견이나 재고 의견을 본 적이 없고 그 이전에도 부정적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놀이 제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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